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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서 Jan 06. 2022

아버지, 아버지.

영원에서 다시 만나요.


서른여섯 해 하고도 삼일, 그리고 17시간 43분.


아버지가 나와 함께해주신 시간이다.

떠나가는 아빠의 손을 붙들고 듣고 계실 거라고 믿으며 사무치게 세 마디를 간신히 외쳤다.



아빠, 아빠, 고생했어.

고마워.

사랑해.



아마도 아버지는 그 세 마디에 담긴 딸의 무구한 미안함과 감사함과 온몸에서 끌어내는 애정을 느끼셨으리라.


컴퓨터 화면에 커서의 깜빡거림에 점멸되는 기억들이 머릿속에, 눈앞에 선명히 펼쳐 지나간다.



아버지를 배웅하는 그 삼 일 간, 달이 숨어갔나 보다. 집에 돌아와 잠시 밖에 나갔다 오는 길에 손톱 달이 걸린 하늘을 잠시 쳐다보았다.

달이 다시 차오를 것임에, 울렁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조금이나마 아버지에 대한, 헤어진 지 단 삼일인데도 아련하게 다가오는 기억을 조금씩, 조금씩 풀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밀려온다.


생을 조용히 사랑하며, 사랑받았던 아버지를 친가와 외가 모든 식구들과 친구들과 함께, 울며 웃으며 나의 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 추억하고 기억했던 모든 순간에 감사한다.


엄마는 분명 보면서도 보지 않을 드라마를 틀어놓고 고단했던 며칠을 쉬어가시고,

나는 서재에 앉아 조용히 잔잔히 울리는 티브이 소음을 가만히 들으며,

엄마 옆에 꼭 붙어있을 강아지 두 마리, 우리 오복이 아랑이와 함께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밤을 보낸다.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나의 아버지의 영원에 주께서 함께 하시기를, 그리고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나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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