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넌 충분해"라고 말했을 때, 나는 고맙다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화가 났다.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다만, 그 사람은 나를 제대로 모른다고 생각했다. 충분하다는 말은, 내 부족함을 다 보지 못한 사람이 하는 말이었다. 위로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무지에 가까웠다.
나는 늘 부족했다. 조금만 더 잘하면 될 것 같았는데,
조금 더 잘해도 여전히 부족했다.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를 이루면 또 다른 기준이 나타났다. 충분함은 언제나 다음 단계에 있었다.
지금 여기에는 없었고, 아마 영원히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계속 채웠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하고,
더 많이 가지려고 애썼다. 언젠가는 충분해질 거라고 믿었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그때는 더 이상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데 그 지점은 계속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멀어지고 있었고
마치 수평선을 향해 걷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평생 충분해지지 못한다면?
이 질문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충분해지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것. 부족한 채로 늙어가는 것. 부족한 채로 죽는 것. 그 상상이 견딜 수 없었다.
카페에 가면 어떤 사람은 노트북 앞에서 뭔가를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책을 읽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저 사람들은 스스로를 충분하다고 느낄까?
그런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부러움이 아니라, 짜증이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편안해 보이는 걸까.
저 평온한 표정, 나도 저렇게 연기했던 적이 있다.
밖에서는 괜찮은 척, 충분한 척, 여유로운 척.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 무너졌다. 어쩌면 저 사람도 지금 연기 중일지 모른다. 아니면 정말 평온할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나는 그게 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얼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 모습. 하지만 동시에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계속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지친 얼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너는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해?" 나는 엄격한 게 아니라고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엄격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실제로 나 자신에게 매우 가혹했다.
"그럼 넌 남한테도 그렇게 엄격해?" 그 사람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남들에게는 관대했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했고, 못해도 충분히 노력했다고 위로했고,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게 이상하지 않아?"
이상했다. 그런데 동시에, 이상하지 않았다. 남들은 남이고, 나는 나였다. 남들에게는 관대해도 되지만, 나에게는 안 됐다. 나는 나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남들의 부족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내 부족함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논리가 정말 맞는 걸까? 아니면 이건 그냥 자기 학대를 정당화하는 변명일까?
답을 모르겠었다. 그냥 혼란스러웠다.
밤에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충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나 자신에게 해보려고 했다.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충분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데 이 말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반박이 따라왔다.
정말? 정말 괜찮아? 그건 포기 아니야?
어쩌면 정말 포기일 수도 있었다. 충분해지려는 노력을 멈추는 것. 그게 '괜찮다'는 말로 포장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이게 포기가 아니라면? 만약 이게 다른 종류의 용기라면?
충분해지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부족한 채로 살아가는 용기.
충분해지기 위해 달려온 시간들이, 해방이 아니라 배신처럼 느껴졌다.
창밖이 어두웠다. 내일도 나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괜찮은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나는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렸다. 몸이 차가웠다.
충분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오늘은 너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