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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y 06. 2020

CS직원의 하루가 행복해지는 마법

서비스운영팀에서 일하던 때를 기억하며

그동안 모 서비스의 모바일로만 이용하다가 오랜만에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시도했다. '로그인/회원가입' 버튼을 클릭하자 이메일로 시작하기와 소셜 로그인 시작하기 창이 떴다. 아무리 눌러봐도 가입하기 페이지로만 이동이 돼서 어쩔 수 없이 고객센터를 찾았다. 나의 경우 크게 불편하지 않는 이상 1:1문의를 하는 일이 잘 없다. 어쩌다 서비스 이용에 지장이 생길 정도의 오류가 있으면 문의를 넣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문의에 답변하는 CS직원을 생각하며 글을 썼었다.


서비스 오류가 터졌을 때 가장 바쁜 부서는 CS팀이다. 내부적으로 모니터링을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오류가 있는 경우 고객이 먼저 알아채고 곧바로 불만 글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그 문제가 바로 해결되면 좋겠지만 개발팀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수정 배포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때도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고객분들의 분노를 잠재우는데 진땀을 흘리곤 했다.


보통은 '뭐가 안돼요', '이게 왜 안되죠?' 등의 아무 정보 없이 현상만 얘기하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뭄에 내린 단비처럼 드물게 구체적으로 현상이 나오기 전의 상황도 설명해주는 고객분도 있는데, 그 덕에 더 빨리 원인을 찾아낼 수 있어 감사했다. 이런 경험이 있어선지 서비스에 오류가 생기면 CS직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생각하며 구체적으로 적으려 노력했다.


문의메일에는 '어떤 페이지에서 어떤 버튼을 눌렀더니 이런 창이 떴고 이런 메시지가 있었다'라는 식으로 적었다. '로그인이 안돼요' 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액션을 취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야 CS팀에서도 직접 재현해보고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로그인 불가로 문의를 넣은 지 이틀 만에 답이 왔는데, 알고 보니 소셜 로그인으로 회원가입해서 계속 로그인이 안된 것이었다. 여기서 끄덕이고 그만둬도 좋지만 나는 문제가 해결됐으면 감사하다고 회신을 한다. 회신 내용에도 '무엇을 착각해서 엉뚱한 경로로 진입했는지를 설명하고, 알려준 방식으로 하니 해결이 되었다. 알려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적는다. 1:1문의를 하면 대부분의 경우 '문의 > 답변'식으로 끝나지만 어떤 고객은 답변 후에도 고맙다는 답을 주신다.


문제를 수습하는 와중에도 이런 감사의 인사말을 받으면 밀려들어오는 문의에 스트레스로 예민했던 감정이 스르르 풀렸다. 운영일을 하다보면 내가 제대로 알려준 건지, 잘 해결된 건지 알 수 없어 아쉬울 때가 많은데 이렇게 해결됐다는 말을 들으면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고객 입장이 되어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지만 그 뒷단에 노고를 알기에 잘 해결되면 감사하다고 꼭 인사를 덧붙이게 되었다.


서비스운영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고객이 만족하고 칭찬을 해줬을 때이다. '친절하세요', '해결됐어요'라는 한 마디가 CS직원의 기분을 하루종일 날아오르게 만들 수 있다. 일을 하면서 지치는 와중에도 이런 한마디 덕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최대한 빨리 해결하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그러니 고객센터를 방문하게 된다면 감사의 인사말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


회신을 보내고 나서 30분 뒤 나는 아래와 같은 답장을 받았다.

해결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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