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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y 18. 2020

하루 한 시간을 걷는다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마련한 시간

이사를 온 지 한 달을 조금 넘긴 시점, 마침 집에서 얼마 걸리지 않는 곳에 하천이 있어 매일 한 시간을 산책하는 시간으로 쓰고 있다.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해서 1시간 이내로 갈 수 있으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대신 걸어서 가는 편이다. 하루에 충분히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고, 운동에 취미를 붙이기 어려운 내게 걷기가 유일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사 전에는 집과 카페를 왔다 갔다 했는데, 집에서 가까운 카페 대신 40분 정도 걸리는 카페에 굳이 가서 공부했으니 말 다했다.


이사를 오고 나선 카페 대신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매일 노트북과 휴대폰을 붙잡고 있다 보면 머리가 아프고 눈이 피로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한번 노트북을 켜면 밥을 먹을 때가 아니면 쭉 하는 편이라 적당한 시점에 쉬는 걸 잘 못한다. 이게 반복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소진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딱 한 시간, 점심을 먹고 난 직후에 산책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책을 할 때는 휴대폰과 지갑 정도만 챙겨 들고 가지만 급한 일이 있지 않으면 휴대폰을 아예 꺼내지 않는다. 온전히 걷고 주변을 보는데 신경을 쏟는다. 매일 똑같은 길을 걷으면서 취미가 생겼다. 바로 이전에 못 봤던 것들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가만히 관찰하는 것이다.


가령 오리는 하천 중간에 있는 작은 바위나 나무에 올라오면 부리로 깃털을 다듬는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다듬은 후 한 발을 든 상태로 잠이 든다. 왜가리는 먹이를 찾을 때 목을 길게 쭉 빼낸다. 몸보다 머리가 앞으로 나와 최대한 멀리까지 보려 하고, 먹이를 찾으면 다리를 천천히 들다 곧바로 부리를 내리찍는다. 매일 관찰하지 않으면 몰랐을 것들이다.


하천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초록 잎이 흐트러진 나무를 지나면 어느새 머리가 개운해지는 걸 느낀다.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연에 어울리는 시간 덕분에 집에 돌아오고 다시 힘내서 공부를 하게 된다. 나중에 취업을 하고 회사생활을 하면 이 시간이 그리워질 것 같다. '주중에는 어렵더라도 주말에는 시간 내어 하천을 걸어야지'하고 나는 다짐했다.


내가 좋아하는 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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