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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Feb 12. 2021

자전거 타기와  PM 역량 기르기

역량을 채운다는 말 대신 쌓는다는 말로 대체하고 싶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아니, 자전거를 타려고 기를 쓰고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는 어릴 때 넘어지면서 타는 거라는 데, 성인이 돼서 배우려고 하니 일부러 넘어지는 게 쉽지 않았다. 세발자전거를 탔던 기억을 떠올려 페달을 힘차게 밟았던 첫 시도에서 1초도 안되어 옆으로 쓰러지는 자전거를 붙잡느라 고생했다. 그 첫 기억이 좋지 않았어서 지금까지 자전거를 탔던 날이 손을 꼽을 정도였다.


작년에 마지막으로 탔을 때만 해도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가는 정도는 했었는데, 한동안 타지 않아 감각이 무뎌진 건지 페달을 밟고 반대편 발을 올리는 동작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진땀을 흘렸다. 자전거 도로 위 유유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으려 하며 지난번에는 어떻게 페달을 밟을 수 있었는지 떠올렸다.


첫날은 페달만 밟는 데만 한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날은 양쪽 발을 페달에 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세 번째 날은 자전거를 잘 타는 친구가 "밟는 발에 힘 싣지 말고 반대쪽으로 힘을 주면 돼"라는 조언을 듣고 난 뒤 단 번에 페달을 밟고 나가는 것까지 성공했다. 물론 핸들을 제어하지 못해서 금방 무너지긴 했지만. 자전거를 탄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1년 이상이 걸렸으니 참으로 긴 텀으로 조금씩 시도했다.


오늘은 핸들을 잡고 좌우로 이동하는 걸 배워야지 하고 페달을 밟았는데, 웬 걸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이 무색할 만큼 자전거 실력이 퇴보했다. 당황스러움을 뒤로하고 밟는 발과 반대쪽에 힘을 실어 양쪽 발을 페달에 올리기를 반복했다. 10여 분이 지나자 조금씩 감이 잡혔는지 양쪽 발을 잠시나마 자전거에 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조금만 이동하려 하면 무거운 핸들이 좌우로 휘청거려 옆으로 고꾸라지는 것이다.


아아.. 여기가 한계인가 싶을 쯤에 내가 올곧게 직진하려고 무리하게 핸들을 붙잡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단계에선 페달을 밟고 쭉 나가는 게 먼저지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이 없었다. 예전에 봤던 영상 중에 빨리 배우기 위해선 자세를 먼저 잡는 게 아니라 공을 맞추는 데 집중하라는 얘기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핸들 대신 페달을 밟는 데 집중하자 핸들이 좌우로 휘청거렸지만 그에 맞춰 페달을 밟는 속도 그리고 몸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잡혔다. 


1분 이상을 탈 수 있게 되자 그 자세를 기억하고 핸들을 조금씩 원하는 방향으로 돌렸다. 오 된다 된다. 처음에 페달조차 못 밟았던 사람이 페달도 밟고 중심도 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이제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도 되니 신이 났다. 넘어지지 않아도 충분히 배울 수 있구나 싶었다.


1시간을 타고나서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에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자전거를 배울 때는 작은 성취가 그렇게 기뻤으면서 PM 역량을 배울 때는 작은 성취가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했을까. 둘 다 처음이고 미숙한 건 똑같은 데 어떤 일은 참을성 있게 천천히 나아가고 어떤 일은 조급해했을까. 아마도 무언가를 성취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더, 더 잘해야 돼 를 외쳤던 것일 거다.


자전거를 배웠을 때처럼 PM 역량도 단계를 나누고 눈에 보일 만큼 구체적으로 쪼개어 하나씩 격파해보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불안에 떨지 않고 한 걸음씩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부족한 역량을 채운다는 말 대신 아직 갖추지 않은 역량을 쌓는다는 말로 대체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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