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비내린 Mar 09. 2020

10일간 하루일기를 쓰며 깨달은 것들

퇴사 후에도 유지하면 좋은 습관

회사에 다니면서 3개월간 꾸준히 업무일지를 쓴 적이 있다. 본래 업무를 하면서 자기 피드백 겸 추후 이력서에 쓸 내용을 미리 정리해두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쓰다 보니 하루를 되돌아보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업무일지는 크게 수행한 일, 잘한 점, 아쉬운 점, 배운 점, 개선할 점, 느낀 점으로 정리했는데 뜻밖의 좋은 점을 발견했다. 원래 잘하지 못한 일이 눈에 띄는 편이라 늘 어떻게 고칠까에 관심이 많았었다. 업무일지를 쓰게 되면서 잘한 점도 함께 쓰다 보니 균형 있는 시각으로 내가 한 일을 바라볼 수 있었고, 일에 대한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얻었다.


퇴사 후에도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싶어 하루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하루일기는 업무일지에서 조금 변형해 3가지 관점으로 쓰도록 했다.


좋았던 점에는 오늘 있었던 일 중 기뻤거나 재미있었거나 보람 있던 경험을 썼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기분이 좋았던 경험에 대해 쓰다보니 어떤 시간을 보낼 때 내가 즐거운 지 알 수 있었다. 하루를 잘 보냈다는 만족감을 얻는 것은 덤이다. 실제로 하루일기를 쓸 때 아쉬웠던 일보다 좋았던 일의 비중이 더 많았다.


감사일기 쓰기도 하루를 잘 보내고 삶을 충만하게 보내기 위한 습관이라고 알고 있다. 다만 내 경우 감사하는 글을 쓰는 게 어색하다 보니 한두 번하고 그만두었다. 하루일기는 감정에 집중해서 쓰면서도 의미 있던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일기를 쓰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감사일기를 쓰기엔 오글거리는 분들한테 좋은 방식이라 생각한다.


좋았던 점의 반대말은 나빴던 점이 맞지만, 하루일기에선 '아쉬웠던 점'으로 대신했다. 사람의 심리는 단어가 주는 어감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나쁘다'는 단어는 '이미 일어난 기분 나쁜 것'으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반면 '아쉽다'는 단어는 '더 잘할 수 있었지만 못한 것'으로, 변화의 여지가 있는 무언가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하루일기의 목적은 앞으로 더 나아지기 위함이지 과거에 분풀이하는 것이 아니므로, '나쁘다'는 말 대신 '아쉽다'는 표현을 썼다. 그렇다 보니 아쉬웠던 점을 쓸 때는 아쉽다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개선점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아갈 점은 전날 아쉬웠던 일을 좋았던 일로 옮기기 위한 다음 스텝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을 쓸 때 나름의 이유를 고민하게 되는데 바로 다음날 적용해볼 수 있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마련한다. 그런 다음 당일에 실천해보고 잘 됐으면 지속하고, 잘 안됐으면 왜 안 됐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조금씩 개선해나간다.


하루일기를 10일간 매일 쓰면서 귀찮은 적도 있었지만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는 만족감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

하루일기 쓰기에서 얻었던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일 하루를 점검하다 보니 어떤 하루는 기분이 좋고 어떤 하루는 우울하던 감정 기복이 덜해졌다. 좋은 일과 아쉬운 일을 구분하면서 특정 일에 감정이 치우쳐지지 않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둘째, 나쁜 일이 아닌 아쉬운 일로 규정하면서 잘하지 못한 일에 창피해하고 숨기기보단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셋째,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던 이전에 비해 바로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태도로 변했다. 나아갈 에서 스스로 다음날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로만 정했기 때문에 실천하기 수월했다.


하루에 집중하다 보면 역설적으로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미래의 꿈꾸는 모습이 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루일기를 쓰는 날이 한 달, 일 년, 10년으로 늘다 보면, 언젠가 미래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