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약 4개월간 '내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답을 찾으려 했다. 100일 동안 질문을 통해 강점을 발견하는 여정을 거쳤으며, MBTI, DISC 등 다양한 성격검사를 해보기도 하고, 주변 지인이나 친구에게 내 인상을 묻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를 알게 된 나머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자기발견 글을 처음 시작할 때도 내가 나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첫 문장을 쓰자마자 다음 문장도 꼬리 물며 따라왔고 글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 이미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록하지 않고서는 자기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머리로 상상하는 것과 달리 글은 결론이 있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보여줄지 타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를 나타내는 여러 모습들 중에 하나만을 콕 집어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으로 변신한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가도록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런 성격이다 보니 회사에 가서도 만나는 모든 분들께 인사한다. 회사마다 인사하는 문화가 없는 곳도 있었지만 상대가 갑자기 인사를 받아 당황하더라도 계속 인사하면서 나중에 간단한 얘기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이네 하고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사실 외향적인 면보다 내향적인 면이 더 많다.
초반에 어색한 사이에서 개인적인 얘기를 할 정도로 친해지는 사이가 되면 듣는 일이 더 많아진다.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도 차장님께서 '제일 말 많이 할 것 같다'며 첫인상을 얘기해주셨는데, 2주 정도 지나고 나서 '요즘은 많이 차분해졌네'하며 놀라워하셨다. 흥미롭게도 에너지 넘치고 활발한 인상이 점차 옅어지면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은 나이대가 어떠냐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뉜다.
나이대가 비슷하거나 아래에 있는 친구들 앞에선 진중하고 어른스럽다는 평을 주로 듣는다. 반면 나이대가 높으신 분들께는 어리벙벙하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또래 사이에 있을 땐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가다 보니(관심사가 인문학, 철학, 사회이슈에 있기도 하고) 진지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평소에 궁금한 게 생기면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특히 업무를 할 때 "만약 이러이러한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요?"식으로 예외적인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자주 한다. 이런 생각이 엉뚱하게 들리는지 특이하게 여기셨던 것 같다. 또 고치고 싶지만 고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인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을 때 순간적으로 '헉'하는 표정을 짓게 된다.
이 정도까지 과장되진 않지만..
이렇다 보니 나이대가 높으신 분들에겐 나를 어리벙벙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신입일 때는 몰라도 경력이 쌓일수록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게 보일 수 있어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안의 다양한 모습을 알고 인정하게 되면서 괴리감이 많이 없어졌다. 다만 어떤 모습이 가장 편했었나 돌아봤을 때 차분하게 상대의 말에 경청하는 시간이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으면서도 몸이 이완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에너지 넘치며 모르는 사람과 얘기하는 것도, 때론 주위 사람에게 존경받는 것도 좋지만 차분하게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모습이 가장 나 답게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에 '상대방과 대화할 때 습관 4 계명'을 메모장에 적어놓고 실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