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는 사람은 가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일 하지 않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봤다. 회사에 소속된 동안에는 어떤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해도 당당하게 말하곤 했다. 어디에 소속된다는 건 적어도 뭐라도 능력이 있다는 걸 입증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지 않는 시간이 불안했고 무력감을 느꼈다.
내게 일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다른 사람이 우러러볼 만한 직업인가? 아니면 어딘가에 소속되어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기 위해 증명하는 결과물인가?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일에 대해 잘못된 정의를 내렸다는 걸 알게 됐다. 꼭 회사에서 하는 것만이 '일'일까.
나는 서울에 올라온 뒤로 오픈컬리지, 크리에이터클럽 등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면서 '회사원'이 아닌 다른 직업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그들만의 길에서 자기의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회사에서 하는 일이 '일(Work)'이라 생각했고, 워라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와 삶을 분리해 놓고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개념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일의 관점을 인생 차원으로 돌리면 '일'이 다르게 보인다.
일이란 인생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든 것들이다.
나는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행동하고 부딪혀보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안다. 혼자서 외로이 할 때보다 같은 방향에 서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시너지는 더 크다. 그래서 나는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을 도울 수 있는 서비스를 꿈꾼다. 이것은 회사 안에서 키울 수도 혹은 회사가 아니더라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실현할 수 있다.
회사 안에서 꿈을 좇을 수 없더라도 회사에서의 시간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최근에 다녔던 앱 서비스 회사에서 지난 경험에서 쌓은 모든 것이 하나로 집약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처음으로 내가 이 조직에서 어떤 공백을 메꿀 수 있을지 확신이 생겼다. 회사마다 갖춰진 프로세스도 축적된 프로젝트의 양도 다르다. 이전 회사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다른 회사에선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나는 이전 회사에서 배운 것들이 지금 회사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란 걸 깨달았다.
회사와 직원은 파트너다.
서로의 비전이 일치하는 한 함께 목표지점을 향해 뛰어갈 것이고, 시간이 지나 회사가 지향하는 바가 바뀌거나 직원이 바라는 목표가 달라지면 안녕을 고하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 이것이 요즘 시대에 회사와 직원의 관계라고 정의내릴 수 있지 않을까. 킴스콧은 저서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꿈은 경력의 정점에서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자, 그들이 상상하는 최고의 삶을 의미한다.
나에게 일이란 경력의 정점에서 상상하는 최고의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연마하고 예리하게 다듬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의 일이 꿈에 한층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면 퇴근을 하고서도 주말에 쉬더라도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공부했다. 그리고 배운 것을 곧바로 일에 적용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만의 노하우를 쌓았다. 요즘의 나는 워라벨을 외치지 않는다. 인생의 목표를 세운 사람은 일과 삶은 통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워라벨보다 워라인(work + life integration)을 실천하는 것,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