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멈춰 있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나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던 시간들

by 작가 보통사람

그래서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더 잘 살겠다는 다짐보다

그저 나를 놓지 않는 하루를 살기로 한다.


세상은 여전히

누가 더 앞서 있는지,

누가 더 빨리 도착했는지를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이제 안다.


삶이라는 길에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가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뛰어가고

누군가는 천천히 걷고

누군가는 잠시 앉아 숨을 고르기도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각자의 삶 속에서는

분명한 한 걸음이라는 것을.


예전의 나는

자꾸만 나를 증명하려 했고,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만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잘하지 못한 날에는

괜히 마음이 작아졌고,

누군가의 한마디에

스스로를 쉽게 의심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안다.


사람의 삶은

잘 해낸 날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은 날들로 이어진다는 것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조용히 버텨낸 시간들이

결국 한 사람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의 나에게

더 이상 큰 약속을 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작은 약속 하나만 남겨 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미워하지 않겠다는 것.


조금 서툴러도

조금 흔들려도

그런 나를

내가 먼저 이해해 주겠다는 것.


어쩌면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용기는


“괜찮다”라는 말이 아니라

**“그래도 같이 가자”**라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완벽하지 않은 나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넘어질 수도 있고

잠시 길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괜찮다.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길을 잃었던 시간들도

결국은

나를 나에게로

데려오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도

천천히 걸어가 보려 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어제보다 조금 덜

나를 다그치는 마음으로.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이 조용한 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날이 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그때의 나는

결코 멈춰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아주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나에게로 걸어오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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