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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hemian Writer Aug 26. 2023

SG워너비,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전부 그대였다고 말하겠소

매일 밤 자기 전까지 전화 통화를 하는 우리지만 오늘은 조금 일찍 전화를 마쳤습니다.

일에 지쳐 몹시 피곤한 건 사실이었지만, 실은 곧바로 잠에 들 정도로 지치지는 않았어요.

다만 오늘따라 벅차고 고마운 마음을 어디에라도 기록하고, 될 수 있다면 자랑도 하고 싶은 생각이 블쑥 들었습니다.

당신의 아이같은 웃음소리가 오늘 참 예뻤고 덩달아 저도 즐거워졌습니다.

누구보다 유치해지는 저를 보면서 참 나이 먹고 주책이라는 생각도 했네요.

실없고 철없는 소리들을 실컷 그리고 왕창 주고 받는 우리 모습에 미소가 지어져요.


조금은 각박하고 어려운 세상입니다.

때론 쓸모라는 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세상에서 우린 가장 쓸모없는 소리들을 아주 오랜 시간 나누며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한참을 웃어댔죠.

세상 가장 쓸모없는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해주어서,

세상 가장 쓸모없는 얘기에 열정적일 수 있게 해주어서 모두 고맙습니다.

가장 무가치한 무언가도 당신과의 시간 속에선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무한히 소중한 가치가 됩니다.

그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될 테죠.

그 희망으로 하루를 살 때도 있습니다.

집에 오면서 들었던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라는 노래에, ‘언젠가 사랑에 대해 묻는 이를 만난다면 전부 그대였다고 말하겠소’라는 가사가 있었습니다.

제 지난 시간의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들이 어떻게 얽히고 섥혀 지금이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아팠고 괴로웠든 저는 지난 삶의 저를 긍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좋은 순간이었다고는 결코 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당신같은 사람을 만나 이런 안온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하면,

아마도 그때의 저는 좀 더 삶에 아등바등 버틸 수 있을 듯 하기도 하네요.

그걸 견뎌서 반드시 지금같은 미래를 누리겠다고 하면서요.

그러니 어쩌면 나 또한 사랑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전부 당신이었다고 말 하게 될 것 같기도 하네요.

내 지난 아픈 시간도 덕분에 변론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 이 글을 보여줄지 아니 애초에 공개를 할지 조차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부끄러우니 비밀로 할래요.

그래서 이런 익명 게시판에 적었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 앞으로도 오랜 시간 당신과 나란히 손을 잡고 걸을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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