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지켜내고 싶어
그리 진취적이지 않은 나는 자주 무기력하고 빈번히 체념해.
운명을 믿는 건 아니지만,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게 더 많은 세상이라고 느낄 때는 종종 있어.
그래서인지, 나는 굳센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모든 걸 초월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신화담에 회의적이야.
세상엔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상처도 있다고 생각해.
흉을 지울 순 있어도, 통증은 좀 가라앉혀도, 상처는 상처로 남아있는 거지.
특히, 나를 아프게 했던 일들. 실연이든 절망이든 좌절이든 이런 것들은, 내가 무방비 상태여도 태연히 내 삶을 침범하더라.
그래서 소중한 누군가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고는 해.
생이 애써 마련해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삶의 거처에서 만나게 된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
의지나 노력과는 관계없이 상황탓이든 뭐든 역시 결국은 아프게 떠나가고야 마는 일은 그저 고통이더라.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너무도 행복하면서 그 행복에 불안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나 봐.
가진 것 없던 내게 전부를 줬다가 전부 이상을 떼어가는 아픔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더라고.
참 이런 걸 보면 세상은 정말 염치없이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세상도 언젠가 한 번 열렬히 내 편을 들어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많이 중요한 누군가를 가진 힘 전부를 사용하여 힘껏 지켜내야 할 때였으면 좋겠어.
가장 아프고 시린 괴로움은 꼭 가장 큰 마음을 줬던 누군가로부터 받는 법이니까.
세상도 양심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과 망설임 없이 열심히 노력하여 겨우 이어지게 만든 인연을,
한 번 쯤은 시기와 이간질만 하는 대신 따스히 축복해주면 좋겠어.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