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야 만 하는 아픈 길
길은 가치중립적입니다.
말 그대로 길은 그저 길일 뿐이죠.
어디로 난 길이든, 길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그리고 세상엔, 어디로 향할지 알기에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야 하는 길도 있습니다.
이별길엔 어떤 간지러운 설렘도 열렬한 환희도 존재하지 않아요.
오직 먹먹한 저밋함만 존재할 뿐입니다.
이 길의 끝에 닿을 땐,
부디 눈물도 멈추고 후회도 그치고 미움도 사라져
딱 한 번 걸어온 길 되돌아 볼 그리움 한 줌만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나눈 시간 모두 거꾸로 재생되어 처음 수줍은 미소 하나만 기억되기를 기도해요.
아팠던 시간 모두 묻어두고,
이 아픈 길이 삶의 다음 챕터로 우릴 무사히 인도해주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했다는 사실, 고마운 마음만 걸음걸음마다 떠오르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 시절 애절한 신파의 주인공 되었던 걸 한없는 축복으로,
그게 당신과의 시절이었음을 무한한 영광으로 간직하며,
미어지는 가슴 부여잡고 이따위 못난 이별길 완주하겠습니다.
미워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게 부단히 연습할게요.
당신도 당신의 이별길 성실히 걸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두 길이 나란히 평행하여 서로의 삶이 더 이상은 교차하지 않기를 마지막으로 소원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