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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sonata Oct 21. 2022

Autumn Leaves

Eva Cassidy

2022년 10월 20일 목요일


Eva Cassidy (1963 - 1996)의 라이브 공연을 처음 소개해 준 사람은 스톰이었다. 늦은 밤 퇴근한 나에게 스톰은 거의 흥분 상태로 말했다. "내가 오늘 우연히 엄청난 가수를 찾았어. 그대도 분명 좋아할 거야. 일단 들어봐. 진정한 아티스트의 음악이란 이런 거라고 느낄 거야." 그러더니 낯선 여자 가수가 기타를 연주하면서 부르는  Autumn Leaves  동영상을 보여줬다. 나는 노래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그녀의 음색이 너무 아름다워서 끝까지 숨죽이며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래전 가을날 이바의 팬이 되었고, 다른 음반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는 과정에서 그녀가 안타깝게도 흑색종 피부암으로 33세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바의 가족과 동료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는 자연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사랑했으며, 대중 앞에 서는 것을 수줍어하면서도, 음악에 대해서 만큼은 유명한 음반 회사와도 결코 타협하지 않는 담대함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잠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며 낙서를 하거나 스케치하는 것을 즐겼고, 흑색종 진단을 받게 된 계기도 어느 날 벽화를 그린 뒤 둔부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게 되면서 였다고 한다. 1996년 7월 피부암 진단을 받고 이바는 열심히 치료에 임했으나, 9월에 열린 소규모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11월 2일 집에서 숨을 거둔다. 이바의 사망 후, 1998년에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그녀의 음반이 세상에 나왔고, 영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Cassidy Sensation'이라는 현상이 일어났으며, 2001년도에는 ABC 방송에서 그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후로도 많은 사람이 그녀의 음악에 매료되었고, 2005년도에는 아마존 베스트셀링 뮤지션 5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가을은 참 신비로운 계절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나무가 잎을 떨구듯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존재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미 잊힌 줄 알고 있었던 삶의 조각들이 문득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바의 음악을 만나고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새로운 곡들을 앞으로 더 들을 수 없다는 현실에 슬픔과 상실감을 느꼈다. 그래서 스톰과 나는 가을이 오기를 얌전히 기다렸다가 이바의 Autumn Leaves를 아껴 듣는 멜랑꼴리스러운 버릇이 생겼다. 어젯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이바의 목소리에 취해 우리는 평소보다 훨씬 늦게 잠이 들었다. 가을은 참 오묘한 계절이다. 가을의 강물을 건너다보면 마치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름다움은 슬픔을 품고 있고, 슬픔에는 아름다움이 스며있다.


덧붙이는 말: Eva Cassidy의 영문 이름을 '에바'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의 조카가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에 보면 '에바'라고 부르지 말고 '이바'로 불러달라는 당부의 글이 있다. "Eva rhymes with “diva.” In other words, it’s EEVE-ah, not Ava. She was named for her paternal great-grandmother, Eva McGrew. Radio people, please stop saying A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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