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에게 신발 끈 묶는 법을 가르쳐 주었을 때

When I Taught Her How to Tie Her Shoes

by Rainsonata

2025년 9월 26일 금요일


미국에서는 추분(秋分)을 'Fall Equinox' 혹은 '가을의 첫날'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나에게 시(詩)로 돌아오라는 계절의 초대장이기도 하다. 오늘은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 가운데, 작년 가을에 미처 다 읽지 못한 시집 몇 권을 꺼내 다시 내 곁에 두려 한다. 시와 함께 눈뜨고, 시와 함께 잠드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나의 '내면의 도서관 (Bibliothèque intérieure)'의 주춧돌이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로 세워졌다면, 그 넓고 아늑한 공간에 색을 입히고 무늬를 새겨 넣은 것은 다름 아닌 시(詩)다. 시집을 품에 안으면 호흡은 고르게 가라앉고 마음은 한결 차분해진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펼칠 때마다, 마치 아주 맛있는 디저트를 맛보기 직전의 달콤한 설렘이 나를 감싼다.


작년 가을에 읽은 작품 중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시, 미국 시인 Penny Harter의 <When I Taught Her How to Tie Her Shoes>를 다시 떠올리며,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비로소 놓여나려 한다.




<When I Taught Her How to Tie Her Shoes>


A revelation, the student

in high school who didn't know

how to tie her shoes.


I took her into the book-room, knowing

what I needed to teach was perhaps more

important than Shakespeare or grammar,


guided her hands through the looping,

the pulling of the ends. After several

tries, she got it, walked out the door


empowered. How many lessons are like

that—skills never mastered in childhood,

simple tasks ignored, let go for years?


This morning, my head bald from chemotherapy,

my feet farther away than they used to be

as I bend to my own shoes, that student


returns to teach me the meaning of life:

to simply tie the laces and walk out

of myself into this sunny winter day.



<내가 그녀에게 신발 끈 묶는 법을 가르쳐 주었을 때>


한 계시였다
고등학생이면서도
신발 끈 묶는 법을 모르는 제자


나는 그녀를 책 보관실로 데려갔다
그날 가르쳐야 했던 것은 아마도
셰익스피어나 문법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으리라


손을 잡고 고리를 만들고
끝을 당겨 묶는 과정을 가르쳤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녀는 해냈고


힘을 얻은 듯
문을 나섰다


얼마나 많은 배움이 이런 것일까
어린 시절 놓쳐버린 기술들
단순하지만
오랫동안 무심히 지나친 일들


오늘 아침
항암 치료로 벗어진 머리
구부리기엔 예전보다 멀어진 발
내 신발 끈 앞에서
그 제자가 돌아와


삶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그저 끈을 묶고
나 자신을 벗어나
이 햇살 가득한 겨울날로
걸어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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