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을 잘하는 데 있다. 사소하고 작은 일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명상을 즐기고 혹은 마당을 쓸고 꽃을 바라보는 일 같은 것을 말할 수 있다. (중략)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친구가 많을수록,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소망과 욕구의 접촉범위가 커지면서 불행을 자초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커진다.
쇼펜하우어 《사랑은 없다》/제11장 처세론/ 이동진 번역
인간은 무언가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다. 새로운 것이란 그에 대한 신비로움과 동시에 적응의 시간을 만들게 되며, 그 적응의 시간이 지나면 곧 오래된 것이 되어 인간은 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며 망각의 동물이다. 인간은 무수하고 새로운 변수들과 주변 환경에 대해 빠르게 적응하며, 새로운 환경이라 할지라도 그 신선함을 금새 잊어버릴 수 있는 망각이라는 능력을 가졌다. 이러한 새로운 것을 찾는 행위는 객체(object), 즉 사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subject), 즉 사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맹점이다. 사람이 사람을 버릴 수 있다는 사실. 사람을 한 객체로 취급할 수 있다는 것. 한 사람을 시간과 공간, 어떠한 변수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사람 자체의 의미 또는 고유성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그대로 놓인 당신을 왜 나의 멋대로 해석하려고 하는 것인지, 또한 그대로인 나를 당신은 그저 껍데기인 몇 가지 조건으로 해석하려 하는 것인지.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인데 그러한 사실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행복의 요건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으며, 그것의 필요조건은 그 불안정 요소를 최소화 하는데 있다. 그리고 그러한 단조로운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또한 지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따스한 햇살에서 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일, 그리고 그러한 행위 자체를 나누는 일. 이러한 것들로 당신과 온전히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영국 #영국생활 #영국생활에세이 #커피 #책 #쇼펜하우어
출처: 영국생활에세이, 저자: 김동환
*제목: 사랑은 나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694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