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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May 09. 2024

자리를 어떻게 보는 거야?

치과 개원을 결정할 때는 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같은 원장님이라고 했을 때 좋은 자리에서와 나쁜 자리에서의 매출은 유의미하게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원을 시작하시는 원장님들은 도대체 자리를 어떻게 보는 것인지 모른다.

평소 부동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모를까,

상권을 분석하고 그곳의 인구 특성을 조사하는 등의 입지 분석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자리가 한번 정해지면 이전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기에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나도 자리를 볼 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개원 자리를 정하기까지 보고 들은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치과의사가 개원 자리를 알아보려고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할까?

자리 봐주는 업자에게 연락을?


여보세요? 저 호구와트 출신 아닙니다.


만약 업자에게 연락을 한다면 내 일이 줄어들겠지만, 수수료를 줘야 하고 그 자리가 정말 좋은 자리인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나와 관련된 것들을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해서 업자를 통하지 않고 알아봤다.


부동산 관련 초보라면 내가 잘 아는 지역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야 그 상권이 진짜 뜨고 있는 핫한 상권인지 진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쪽 상권 치과들이 성업 중인지.. 뭐 그런 거 말이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근처 재개발 구역으로 범위를 좁혀서 그 안에서 개원 자리를 알아보았다.

'구도심=인수, 신도시=신규'라는 공식에 따라 나는 '신규'를 할 것이었기 때문에 내 거주지와 가까운 신도시를 알아본 것이다. 공사가 한창인 신도시였기 때문에 주변 치과랄 것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곳이 뜨고 있는 핫한 상권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지도를 펼쳐서 그쪽 동네의 상가 지구를 살펴보면 누가 봐도 좋은 자리가 하나 딱 보인다.

바로 사거리 코너 2층.


좋은 자리의 대명사는 바로,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거리 코너 2층'이다.

(보통 1층이 잘 보이지만 1층에는 치과가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미래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잘 보이는 자리라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사람들이 이 상권을 돌아다닐 때 가장 잘 보이는 자리가 좋은 자리이다.

그냥 별생각 없이 그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뭔가 눈에 들어오고 잘 보이는 자리 말이다.

잠시 자동차 신호 걸렸을 때, 횡단보도 신호 기다릴 때, 버스 기다릴 때 등 그냥 멍하니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자리.

꼭 사거리 코너가 아니더라도 간판이 잘 보인다면 거기도 좋은 자리이다.

그리고 2층이더라도 건물 내 엘리베이터는 필수이며 주차가 편해야 하고 이왕이면 새 건물이 좋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여러 조건들을 모두 갖춘 좋은 자리는 임차료가 높다.

그러나 임차료가 높더라도 좋은 자리가 임차료 낮고 안 좋은 자리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 대세적 의견이다.

임차료가 낮은 자리는 반드시 안 좋지만, 임차료가 높은 자리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니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참고로 임차료는 전체 매출의 8% 이내인 것이 좋다고 카더라~

그러니 임차료를 보고 여기서 그 정도의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계산을 해봐야 한다.

체어는 대략 10평에 1대를 넣을 수 있고, 체어 1대당 얼마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선배들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다른 유인 사항이 없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근처' 병원을 다닌다.

당연히 차 타고 가야 하는 곳보다는 걸어갈 수 있는 곳이 선호된다.

사람들은 본인의 집 또는 직장에서 반경 600m 내에 있는 병원을 걸어 다니고 그보다 멀먼 차를 타고 간다.

다시 말해서,

내가 보는 자리를 중심으로 반경 600m 안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걸어서 내 치과를 이용할 것이다.

그보다 멀리 있는 사람들이 차를 타고 오게 만들려면 소소한 마케팅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즉, 사람들이 차를 타고 멀리 가려면 그만한 유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 유인은 별 것도 아니고 바로 '임플란트 가격'이다.

덤핑을 마구 치고 마케팅을 호화롭게 하면, 사람들은 부지런히 그 치과를 찾아간다.

당신이 정상적인 치과를 운영할 생각이라면 근처의 '대형 덤핑' 치과는 당신에게 꽤나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그러니까 '대형 덤핑' 치과가 들어올만한 자리도 함께 알아보는 것이 좋다.

대형 덤핑은 사거리 코너 2층 뭐 이런데 안 들어온다.

그들은 넓은 자리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대형이니까. 그리고 마케팅 빵빵하게 할 거니까.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자리도 아니고, 가장 좋은 자리 옆옆 정도에 넓은 평수가 있으면 거기 들어온다.

그러니까 너무 가까운 곳에 넓은 평수로 임대하는 상가가 있다면 그쪽은 추후에 대형 덤핑 치과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입지 분석을 잘해서 들어간다는 프랜차이즈가 라떼는~ '파리바게트'와 '스타벅스'였다.

그러니까 파리바게트나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 2층에 들어가면 된다는 말씀.

그러나 이것은 최근에는 변화가 있다.

파리바게트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지만,

스타벅스는 이제 브랜딩이 훌륭해서 좋지 않은 자리에서도 스타벅스 간판만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간다.


같은 건물에 다른 병원이 함께 있으면 좋다던지,

그래도 연고가 있는 지역이 낫다던지,

인구 1000세대당 치과 1개 정도 계산해서 들어간다던지 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요즘은 자리를 정할 때 전국의 지도를 펼쳐놓고 알아본다고들 한다. 그만큼 좋은 자리가 희소해졌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워낙 마케팅으로 피 튀기는 경쟁을 하는 시대가 와서 자리가 좋더라도 반드시 다 잘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리는 중요하다.

치과가 잘 될 때는 별 생각이 없겠지만, 잘 안될 때 그래도 자리가 좋다면 뭐든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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