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연차가 쌓이다 보니 직원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들을 여러 번 겪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직원은
내가 겪었던 직원들 중에서 가장 일을 잘했던 직원이다.
치위생과를 졸업하고 갓 취업을 한 직원이었기에 내가 모든 것을 다 가르쳐줬다.
(그 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새로 입사하는 직원은 어느 정도 내가 교육을 직접 하는 편이다.)
1년 차였기 때문에 가르칠 것이 너무 많았고 그만큼 그 직원도 성실하게 따라와 줬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도 컸고 본인도 능력이 되어서 배운 것들을 잘 소화해 냈다.
6개월 정도 지나자 3~4년 차만큼 진료실 업무를 능숙하게 해냈다.
그러나 여전히 1년 차 월급을 받고 있었기에 나에게는 너무나 감사한 직원이었다.
2년 차가 되었을 때 월급을 많이 올려주었다.
2년 차에서 3년 차로 올라갈 때도 월급을 많이 올려주었다.
3년 차가 되자 데스크 업무까지 웬만큼 할 줄 알아서 더 이상 내가 가르칠 것이 없었다.
이때 그 직원도 내 치과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든 직원은 1년 차일 때 가장 많이 실력이 늘고,
그 뒤로 점점 실력 향상이 둔화되어 4년 차가 되면 더 이상 업무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제 경험에 의한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3년 차에서 4년 차가 될 때는 월급 인상의 폭을 조금 줄였다.
그래도 연차에 비해 여전히 많은 월급이었다.
그러나 그 직원은 퇴사를 선택했다.
본인 입장에서는 이직을 통해 다른 치과에서 충분히 월급을 올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뒤로 그 직원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나, 연말정산 문제 때문에 연락이 왔다.
서류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호기심에 팩스 번호를 조회해 보니 불법 행위로 유명한 치과였다.
아.. 결국 그리로 갔구나.
아마도 그 불법으로 유명한 치과 말고는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월급을 준다는 곳이 없었던 것 같다.
집에서도 먼 그 치과를 굳이 선택해서 갔을 때는 그만두는 치과보다 하나라도 더 좋은 조건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쉬웠다. 다른 좋은 치과에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 그 직원의 경력에 불법 치과가 들어갔으니 다시 양지의(?) 치과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치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차는 3년 차이다.
왜냐하면 월급대비 가장 실력이 좋을 때이기 때문이다.
본인들도 3년 차가 되면 가장 인기가 좋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래서 4년 차로 올라갈 때 월급을 많이 올리려고 한다.
나는 처음에는 3년 차와 4년 차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사람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직원이 나가고 몇 년 뒤에 내가 직원 관리에 대해 깨달은 것이 있다.
김승호 CEO의 '사장학개론'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떤 직원에게 칭찬만 많이 하고 급여를 올려주지 않으면 그 직원이 나간다고.
즉, 일을 잘하더라도 과한 칭찬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급여를 올려주었지만, 그 직원에게 과도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던 것 같다.
직원들과는 보통 1년마다 월급 인상에 대해 얘기를 한다.
이때 협의보다는 내가 월급을 제시하고 이것을 받아들이면 계속 일하는 것이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퇴사를 선택하는 것 같다.
나도 직원들 월급을 매년 팍팍 올려주고 싶다.
그러나 매출은 오르기 쉽지 않고 인건비는 자꾸 오르니 나도 죽을 맛이다.
이 부분은 모든 치과 원장들의 가장 큰 숙제이다.
어서 이 숙제를 좀 풀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