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다양한 환자분들을 상대하지만 그분들에게 늘 하는 똑같은 말이 있다.
"치료하다가 불편하시면 왼손 드세요."
이 말을 들은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네~라고 답을 해주시고
가끔씩 네? 하시기도 하고,
때로 본인의 왼손을 손풀기 하듯 한번 까딱까딱하기도 하신다.
또는 오른손을 갑자기 번쩍 들면서 이건 오른손이지라고 중얼거리며 본인이 얼마나 긴장했는지를 보여주신다.
치과 치료할 때 좋은 점이 많이 있지만,
(빌런 같은 마음으로) 좋은 점을 하나 꼽자면 진료 중에는 나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 참으로 유쾌하다. 으하하하핫!
살짝 번외로,
예전에 치대 학생 시절, 진료 어시스트를 하는 실습시간이었다.
덩치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아저씨 환자분께서 내가 만만했는지 반말을 하며 진료 협조를 안 해 주셨다.
그 모습을 보고 어떤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오시더니 환자분을 바로 체어에 누우라고 하셨다.
그 환자분은 체어에 누워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레지던트 선생님은 바로 아- 해보세요 하셨다.
이제부터 환자분의 언성 높았던 반말은 사라지고 레지던트 선생님 말만 진료실에 퍼졌다.
오! 유쾌, 상쾌, 통쾌했다.
진료는 별일 없이 마무리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힘없는 여학생 vs 남자 레지던트 선생님의 구도로 봐야겠지만,
그 순간 환자분을 입을 막아버린 아- 하세요. 가 매우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환자분들께 왼손을 들라는 의미는,
환자분들이 진료 중에는 말을 할 수 없으므로 불편하신 상황이 생기면 손을 들어 표현해 달라는 뜻이다.
그러면 왜 왼손이냐? 오른손 안돼?
환자분이 오른손을 들게 되면 진료 중인 원장님을 치게 된다.
원장님 손에는 보통 날카롭거나 고속 회전하는 기구가 있으므로 환자분과 원장님 둘 다 다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환자분이 오른손을 들든, 왼손을 들든 진료 중인 치과의사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한다.
그럼 도대체 왜..?!!
치과의사 맞은편에 있는 어시스트가 그것을 보고
"환자분 왼손 드셨어요."라고 원장님께 말해주게 되어 있다.
그러면 치과의사는 진료를 멈추고 환자분께 뭐가 불편한지 물어본 후,
입을 한번 헹구게 하던지, 마취를 더 해드린다.
인터넷에 왼손을 들라고 하는 이유는
치과의사가 신경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이라는 썰이 있던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