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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Feb 22. 2022

사명감

너나 잘하세요

카이스트 대학원을 다닐 때 카이스트에서 학부를 나온 동기에게 국비로 대학 공부를 했으니 나중에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내 말에 대한 그 친구의 반응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 싫다고.

나는 사립 대학 학부를 졸업했기 때문에 부모님 돈을 들여 공부를 마쳤기 때문에 그 친구가 나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무엇이든 임해줬으면 싶었나 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니 그것은 부담이었다.

마치 내가 그들의 채권자인 듯이 사명감을 더욱 가지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억지였다.

어쩌면 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국비로써 (그들 입장에서는 무료로) 졸업했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대체로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더욱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은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고, 그들이 조금 더 도덕적으로 행해야 사회가 정의로워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인 것 같다. 과거를 돌아보면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막상 치과의사가 되어보니 주변에서 사명감을 강요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싫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사명감으로 포장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싫다.

흔히들 말하는 사명감이라면, 내가 아는 치과의사 또는 의사분들 중에 사명감 없이 일하는 분들은 없다. 다들 저마다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다.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요즘 환자분들은 본인이 병원에서 (의료사고든 뭐든)'당했다'라고 생각한 일들을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든다. 그 상대가 사명감이 있는 치과의사인지 사명감이 없는 치과의사인지는 상관이 없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줘야지~"
"그래도 너는 돈 많이 벌잖아~"


당연히 환자 입장을 생각한다. 하지만 저 말이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말이 아니길 바란다.

일반적인 직장인보다 돈 더 번다. 하지만 저 말이 청춘을 바쳐 치과의사가 되고자 들인 나의 돈, 시간, 노력을 잊고 하는 대사가 아니길 바란다. 그래서 요즘은, 아니 치과의사가 된 이후로는 친구든 누구든 같은 치과의사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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