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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디오 Feb 08. 2022

치과에도 코로나

누가 내 환자를 데려갔나

바야흐로 코로나 19 시대가 2년째 지나가고 있다. 

처음 코로나 19가 발발해서 '자영업의 위기'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곧 닥칠 치과의 위기가 예상되었다.

사람들이 웬만하면.. 치과에 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치과는 마스크를 벗은 채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치과계는 나름대로 선방했다.

(이비인후과, 소아과는 힘들었다고 함.)

그런데 이것도 치과 나름이다. 모든 현상이 그러하듯이 치과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처음 코로나가 터지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못 구해서 마스크 5부제가 생겨나고 할 때 치과에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 의료법 상에 의료인은 진료에 필요한 물품을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권리가 있지만, 막상 그런 현실이 닥쳐오자 전혀 그렇지 못했다. 치과에서도 똑같이 마스크를 못 구해서 발을 동동 굴렸다. 


코로나 전에는 환자분이 오시면 덴탈 마스크를 내린 상태(턱스크)로 환자분을 맞이하며 내 얼굴 전체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치료 시작할 때 비로소 마스크를 썼고, 물이 나오는 진료를 하거나 침이나 피가 튈 것으로 예상이 되면 안경을 꼈다. 

코로나 이후에는 KF94 마스크를 쓰고 환자분께 눈만 내놓고 인사를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치과에 방문했을 때 KF94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 긴팔 가운을 입고 그분을 진료했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지역 보건소마다 입장이 조금씩 달랐습니다만...)


처음에는 덴탈 마스크 쓰다가 KF94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이 힘들었다. KF 94 마스크가 더 숨쉬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환자분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의 설명을 기대하고 있고, 내 입 모양도 안 보일 테니 또박또박하게 설명을 이어나가는 것이 너무 숨이 찼다. 중간에 환자분 앞에서 긴 숨을 들이시면 왠지 부끄럽기도 했다. 거기다가 페이스 쉴드를 끼니 답답했다. 그리고 여름에는 긴팔 가운이 더웠다. 

그러나 진료가 끝나고 페이스 쉴드를 벗어보면 표면에 수많은 물 또는 침, 어떨 때는 피가 튀겨 있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예전에는 이것들이 내 얼굴에 직접 튀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페이스 쉴드에게 너무 고맙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 19가 끝이 나도 페이스 쉴드는 계속 쓰기로 했다.


그리고 아차차 중요한 것! 

...

내 치과에 환자가 없다! (나는 빈익빈?)

치과가 조용하다. 석션 소리와 핸드피스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조용하다.

창 밖을 바라본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치아에 문제가 없을까? 

코로나 때문인가? 백신 때문에? 날씨가 추워서? 시험기간이라서?

농번기라서? 농한기라서? 그냥? 우리 치과 누가 욕하고 다니나?

다른 치과는 어떨까? 우리 치과에만 환자가 없나?


행운인지 불행인지 옆 치과의 대기실이 보인다. 그곳도 환자가 없다.

다행인가?

그러다가 대기실에 환자가 한 명 등장한다.

어엇.. 내 환자 저기 갔나?

가만히 숨만 쉬어도 임대료와 직원 월급이 나가는데...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치과에 울려 퍼진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오호호호호호호호~"


어? 저기 뭐지? 새로 가게가 생기나? 길 건너편 건물 2층에 현수막이 붙었다.

우리 동네를 풍요롭게 해 줄 어떤 가게가 들어올까 궁금하고 설렌다.

진료 개시? 

치치칙.. 꽈?????


코로나 시대에도 치과는 계속 생기고 동네 치과 원장님들 전투력은 계속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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