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여름 일기 01화

프롤로그

여름 여름 여름

by taesu

유난을 떨며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지고 나면

너만 있냐 나도 있다며 이팝나무꽃도 온몸을

흔들어재끼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렇게 봄꽃들이 한바탕 휩쓸고 가고,

뒤이어 담벼락 아래로 귤색 능소화가

살포시 얼굴을 내밀면 나는

아, 여름이 오는구나 한다.


TV에선 에어컨 많이 팔려고 그러나

해마다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이라는 말로 겁을 주지만

나는 그야말로 더위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프리카 출신이 아니던가!


실제로 추위 보단 더위를 덜 타는 까닭이기도 하고,

또 과일킬러로서 쏟아지는 제철 과일들을 차례대로

먹고 나면 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버리는 게

아쉬워지기도 한단 말이지.


수박 수박이 나왔어요, 커다란 수박이 뚱뚱해요,

참외 참외가 나왔어요, 샛노란 참외가 꿀맛이에요~

내일은 못 사요, 빨리빨리 나오세요.

내일은 못 사요. 다 떨어집니다.


(김성균 작사 작곡. 동요 ‘시장잔치’)


유치원에 근무하던 시절, 여름이 오면 아이들에게

가르치던 노래다. 뚱뚱한 수박과 샛노란 참외가

얼마나 맛있으면 내일은 못 산다고,

빨리빨리 나오라며 노래를 부를까!


(응, 그럼 맛있고 말고.)


더워서 힘들지만 날이 더울수록 과일 맛이 좋다.

과일뿐 일까, 여름이면 쏟아져 나오는 통통한 채소들,

더워야 맛있는 음식들이 얼마나 많게?!


누구는 여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또 지나고 나면 여름만큼 그리운 계절도 없는 걸

추운 겨울, 정수리가 간지러울 만큼

뜨거운 여름의 햇볕이 그리운 날 꺼내볼 수 있게

여름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두어야지.


그래서 내일은 무얼 먹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