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여름 일기 22화

째복

째째하지 않아,째복.

by taesu

바다 보고 싶다, 바다 갈까?

마흔이 넘어도 노는 게 좋은 늙은 뽀로로들,

모닝 훌라 클럽 멤버들과 함께 바다에 갔다.

새벽 첫 차를 타고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갔다.


러닝을 하고, 아침을 먹고, 바다 물놀이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그리고 다시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던 길이었다. 말이 많은 기사 아저씨는 사실 자기는 작년 주문진 축제 위원장이었으며

조개잡이 축제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자랑을 하셨다.


오후 시간이 되면 발로 툭툭 차기만 해도 조개가 나온다고. 축제가 얼마나 재밌었는지는 몰라도 내 귀에는

오로지 발로 툭툭 차기만 해도 조개가 나온다만 들렸다.그러고 보니 매년 강릉에서 여름을 보내는 지인의 인스타에서도 김치통 가득 조개가 담겨있었던 것도 같다. 쓸데없는 것에 한 번씩 꽂히는 나는 이번에는 째복에 꽂혀버렸다. 크기가 작아 째째하다고 째복이라고 불리는 비단 조개.


조개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지만 먹는 것보다는 채집할 생각에 신 나버린 나였다. 그리하여 또다시 째복 원정대를 모집하여 강릉으로 향했다.

멤버들의 아이들까지 합세하여 조개를 툭툭 차서 주울 생각에 설레었는데 허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그 전날 조개를 조업해서 다 깨버리는 바람에 조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지.


가족여행이 남아있지 않은가! 광복절 연휴에 가족 휴가 겸 다시 강원도를 찾았다.사람들이 많이 커가서 발에 툭툭 차이진 않았지만 조금 깊이 판다면

나올 거라는 펜션 사장님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는 맘으로 바다로 갔다.

사람들이 없는 조금 깊은 곳으로 갔더니 조개가 한두 개씩 보이기 시작했다!


또 채집에 눈이 멀어 열심히 조개를 주웠지만 사실 뭘 해먹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비단 조개 자체는 그렇게 맛이 있는 조개가 아니라 국물용으로 쓴다는 택시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봉골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장을 보지 않아서 먹을 거리도 없고 이럴 땐 봉골레지.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편을 썰어 넣었다. 양파와 대파도 조금 다져 넣고 볶는다. 해감 후 여러 번 씻은 조개를 넣고 달달 볶아주는데 조개들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삶은 파스타면과 면수를넣어 좀 더 볶아준다. 냄새가 나니 딸아이가 다가와 자기는 로제 소스를 넣어주면 안 되냐고 조개파스타는 싫다고 한다.수저로 국물을 떠서 맛을 보여주니

으음, 생각보다 맛있다며 얼른 만들어주란다.

(이 녀석아, 것 봐.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봉골레가 생기는 거야, 임마! )


네가 잡은 조개로 만든 거야, 했더니 역시 열심히 잡길 잘했다며 뿌듯해하며 한 그릇 뚝딱. 애타게 기다려 잡아 그런가 하나도 째째하지 않는 맛이었다.

8월 말이 되면 째복은 거의 없다고 한다.


내년에는 더 일찍 가서 잡아와야지,더 많이 잡아와서 조개탕도 끓이고 봉골레도 만들어 먹어야지.

다시 한번 째복 원정대 모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