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다른 이름.
어머님은 김장을 수시로 하신다.
김장철이라고 김장을 하는 게 아니라
배추를 한두 포기씩 사다가 그때 그때 조금씩.
그래서 김장한다고 며느리를(=나) 부르는 일도 없다.
허리 다친다고 말해도 야, 아직은 야, 끄떡없다 한다.
가끔은 심심해서 했다며 알배추로 겉절이도 무쳐주시는데
겉절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뿐이라 나를 위해 담가주시면서
쑥스러우니 그냥 심심해서-했다고 하신다.
여름이 되면 어머님은 열무로 김치를 담그신다.
결혼 전엔 잘 안 먹던 김치였는데 매년 먹다 보니 없으면 괜히 서운한 기분도 든다.
영 밥맛이 없을 땐 고추장과 참기름, 열무만 넣고 슥슥 비벼먹고,
국물이 많을 땐 소면을 삶아 국수로도 먹는다.
열무김치를 밥에 비벼 먹으며 나는 열무를 씻고 다듬고, 무치고.
그 작은 몸으로 또 씩씩하게 김치를 만드는 어머님이 생각나
먹으면서도 피식하고 웃음이 난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료를 다듬고, 씻고, 조리하고, 또 그릇들을 정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를 한다는 것은 결국
그 음식을 먹을 사람들을 향한 사랑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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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이마의 주름이 해가 갈수록 진해지고, 허리는 굽어진다.
작고 단단한 등을 보며 서글퍼진다.
내 수명을 나누어줄 수 있다면 내 수명을 한 10년쯤 뚝 떼어 드리고 싶다.
도무지 애교라고는 없는 무뚝뚝한 며느리인 나에게 조용히 곁을 내준 어머님에게
내 수명 10년쯤 주는 일이야 어려운 일도 아니지.
70대 후반, 어머님은 가끔 내가 우리 00이 중학교 갈 때까지 살 수 있으려나,
같은 말을 한다. 아이가 9살이니 10년 뒤면 대학도 간다며,
무슨 그런 소릴 하냐고 코웃음을 치지만 혹시 어디라도
편찮으신 건 아닌가 싶어서 속으로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다.
가는 세월 막을 수 없고, 언젠가는 어머님이 곁에 없는 날도 오겠지만
아직은 좀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고 어머님이 해주시는 음식을 먹고 싶다.
그러니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해주세요.
사랑합니다.영숙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