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 발효 12시간

by 이비

소문은 이스트 같다. 반죽 속에 들어가 그 속을 휘젓고 다니며, 부피를 늘리고 밀도를 낮춘다. 반죽은 원래의 형태를 잃고 부풀어, 부풀어 올라 먹음직스러운 단내를 풍긴다. 반죽은 단지 반죽이고 싶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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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 아니다. 라고 쓴다. 내가 점점 미쳐가는 것 같다. 라고 쓴다. 팔꿈치로 쳐서 책상 아래로 떨어뜨린 여러 종류의 퍼즐처럼 소문과 생각이 뒤섞인다. 어느 것이 내 생각의 조각인지 알 수 없다. 언제쯤이면 다른 종류의 퍼즐을 구분할 수 있을까. 과연 이건 퍼즐이 맞는 걸까. 어쩌면 하나를 잘못 놓는 순간 처음부터 시작하는 도미노일지도. 행복한 순간이 찾아오는 게 두렵다. 내가 모든 것을 망쳐버릴 테니. 불현듯 찾아온 생각에 대한 믿음은 맹신과 같고, 정신은 태풍에 조각나는 창문처럼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진다. 늘 그렇듯 이성적인 손가락은 파편을 치우는 데 게으르다. 생각은 손끝에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어디까지가 온전히 나에게 속한 조각이고, 어디서부터가 바깥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목소리일까. 구분할 수 없다. 전혀 구분할 수 없다.


내 글은 내가 아니다. 나는 내 글이 아니다. 목소리는 글이 아니다. 글은 목소리가 아니다. 침대는 책상이 아니다. 책상은 침대가 아니다. 이불과 옷장은 혼자를 위해 존재하며, 혼자는 이불과 옷장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물어보지 않을 질문과 돌아오지 않을 대답은 붙잡지 않는다. 질문하지 않을 물음과 대답하지 않을 돌아옴을 놓지 못한다. 말은 어디까지 왜곡될 수 있으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뒤틀리는 생수병은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가. 기계는 사람이 되어 글을 쓰며, 망가진 정신은 기계 위 하얀 바탕에 촘촘히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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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고장이 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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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반죽이고 싶었다. 반죽된 나, 반죽된 너. 이스트가 반죽을 헤집고 들어온다. 터져오를 듯 팽팽해진다. 피부가 따갑다. 반죽과 반죽은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긴다. 입이 다가온다. 물어 뜯긴다. 눈꺼풀, 눈알, 손가락 하나까지 잘근잘근 씹힌다. 눈을 감는다. 귀를 닫는다. 아니, 나는 감을 눈이 없어. 닫을 귀가 없어.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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