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의 불안

by 이비


일상과 변화 사이에는 언제나 고통이 있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이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불협화음. 뻣뻣하고 긴장된 손놀림으로 잘못 눌러버린 건반의 음은 마치 중요하고 엄숙한 회의를 하던 중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가 조심스레 나가는 사람처럼 어색한 몸짓으로 허공에 짧게 울린다. 꽤 매력적으로 쓰인 불협화음이라도 연주자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서의 소음은 존재하는 것처럼. 서투른 연주자는 연습을 통해 실수를 줄여나가지만,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그리 친절하지 않다. 그러니 누른 건반에서 원하는 음이 흘러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도마뱀은 성장 시기에 맞추어 탈피한다. 한층 큰 몸집과 더 선명한 무늬를 위해. 탈피 시기가 다가오면 피부 제일 바깥층의 피부가 껍질처럼 뿌옇게 변한다. 도마뱀은 이로 탈피 껍질을 물어뜯거나 짧은 다리를 버둥거리고, 주변의 사물에 몸을 비벼 껍질을 벗겨낸다. 한동안 자신의 일부로서 존재한, 세상을 만지고 그 감촉을 세포 하나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준 표피에서 벗어난다. 꼬리와 배, 등에 있는 껍질을 하나하나 떼어 한때 피와 살을 이루던 그것들을 정성껏 씹는다. 몸에서 떼어낸 것들은 다시 몸으로 돌아오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너무 작아서 미처 다 떼어내지 못한 발가락이나 아무리 혀를 사용해서 핥아도 잘 벗겨지지 않는 눈동자 위의 탈피 껍질. 영양 상태나 습도 등의 환경 조건이 충분하게 갖춰진 상태에서라면 벗겨낼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마주한 변화의 상황에서 때로 간과되는 것.


아주 사소한 것, 발가락이나 눈동자 위의 껍질 조각 같은 것에서 불행은 시작된다. 이전과 다르지 않은 껍질 안에서 몸은 변화를 거듭한다. 점점 커지고, 커지고, 더 커지며. 발가락은 비좁은 껍질 안에서 점점 부어오르다 마침내 기형적인 형태로 뒤틀리며 썩어간다. 눈에는 쌓여가는 몇 겹의 탈피 껍질로 인해 점차 고름이 차오른다.


도마뱀은 고름으로부터 눈을 지키기 위해 안구를 머리 안쪽으로 옮긴다. 한층 큰 몸집과 더 선명한 무늬는 환한 세상에서 빛을 발하지만, 머리 안쪽에 숨겨둔 안구는 하루하루 가까워지는 누런 고름과 마주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몸체라니. 이렇게 다가오는 불안이라니! 탈피하는 거대한 세계 속에서 불안은 가장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침투한다. 도마뱀의 눈을 찾아내고 천천히 감싼다. 녹아가는 눈동자와 흔들리는 마지막 시선. 고요한 어둠이 내려앉으면 영원한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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