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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Dec 23. 2020

그릇찾음(1)

갖고 계신 분 어디 계신가요?

전자레인지에 물과 달걀을 풀어 돌렸다. 그리고 두부를 썰어서 소금을 뿌리고 자리에 앉았는데. 문득 그 그릇이 있을까 궁금하고 그리운 마음에 이 그릇을 마음속에서 소환한다.

1990년쯤이었을 거다. 집에는 만능 그릇이 있었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코렐이 등장하기 전이었는데 보통의 국그릇보다 살짝 얕은 높이에 양쪽에 손잡이가 달렸고 보라색 꽃그림이 그릇 바깥쪽에 그려져 있었다.

처음 그 그릇이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는 그릇을 사용해보고 싶다는 핑계로 라면을 자주 끓여먹고 싶어 했다. 물론 어림없는 일이었다. 라면은 인원수보다 하나 적게. 물은 많이. 김치 필수. 찬밥 필수였던 우리 집에 라면 하나 온전히 그 그릇에 담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라면 그릇이라고는 하나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였다.

엄마가 잘해주었던 두부를 작게 썰어 넣은 계란찜. 혹은 계란 프라이를 넣은 비빔밥. 김치찌개 그릇. 감자볶음 그릇으로 두루두루 잘 쓰였다. 그래도 라면을 먹을 때는 무조건 그 그릇이었다. 혹시 이 그릇을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시다면 연락 주시기 바란다. 그리움이 사무치는 어느 날, 집에 하나 놓고 계란찜을 해 먹고 싶다.


부록: 그 그릇이 있냐며 동생들을 달달 볶은 흔적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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