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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May 06. 2021

공황증(3)

너일 수도 나일 수도 함께일 수도 있는 그 여정


정말 오랜만이다. 매일 글을 쓰는 나로서는 더더욱. 사실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정서적인 불안정 상태였고, 감기였고, 비만이고(옹??) ㅎㅎ


감기를 앓으면서 오랜만에 울적했다. 생각보다 매일 운전을 오래 하는 게 힐링이 되어버린 요즘이긴 하다. 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여러 감정들이 있다. 되도록 그냥 적절히 달래서 데리고 살 때도 있지만 내가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다. 그리고 나의 가족들이 울적할 때도 있지 않은가? 그 오랜 터널을 지났다고 생각해서 잠시 마음을 놓으면 전방위로 찾아오는 감정의 기폭제. 이 정도로 신사적으로 우울을 설명하는 걸 보면 내가 꽤나 우울을 어르고 달래서 함께 사는가 보다.


처음 약을 먹어야만 했을 때. 정말 기분이 별로였다. 내가 비정상의 범위에 드디어 입성했다는 생각 때문에.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집에 오자마자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틀어주고 거실에서 기절하다시피 누워 운 날이 있었다. 그 이후 나는 늘어나는 약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실은 일상생활을 해야만 해서 약물치료에 성실히 임했다. 은행 대출은 정말이지 나를 일하게 하는 태엽과도 같다. 살아야 해서 약을 먹었고 의사는 꽤 오랜..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누적된 긴장감 정도로 설명했다. 그걸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이미 스무 군데의 센터와 병원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가족을 아무리 분석하고 상처 받았다고 알면 뭐해. 오늘을 살 힘이 나에겐 더 소중했다.


우울증은 정말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꽤 오래 괜찮은 척하는 스타일인데 그것만은 비추. 한방에 기절하는 날이 온다.

그리고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은 바로 가족. 많은 우울증 도서를 읽었다. 가족이 중요하다는 말이 어디에나 나온다. 즉. 우울증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이 그 즉시 성인군자로 탈바꿈해야 될 정도로 가족이 감내해야 될게 많다. 모르긴 몰라도 어림잡아 천 가지는 넘을 거다. 가족도 사람인데. 갑자기 잘해야 한다고 내몰아버리면. 얼마나 외롭겠어. 그렇다고 특별히 연대할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도 봤지만 환우의 가족에 대한 연대모임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경험하고 주변을 살펴본 느낌을 간략히 적어보려고 한다. 가족으로서 다섯 가지, 본인으로서 다섯 가지.


가족으로서
1. 일단 가족에게 우울증상이 나타나면 벼락을 맞은 느낌일 거다. 나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온통 나를 지배한다. 하지만 이 마음은 안 가지느니만 못하다. 완전 비추.


2. 우울증에 걸리면 감정의 속도가 느려진다. 음식도, 햇빛도, 산책도 좋은지 모르는 것.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가족은 심드렁한 경우가 많다. 본인이 심드렁한 상태인지도 모를 수 있다. 그 반응에 상처 받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도우면 될 것 같다.


3. 운동이나 산책을 꼭 했으면 한다. 가족을 데리고 외출하는 것도 좋지만 안 간다고 하면 두고 나가도 된다. 가족은 내가 기분 좋은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더 편안할지도 모르니.


4. 즐거워지는 것에 당당하라. 즐거움을 전염시키면 되니까. 반대로, 힘들어도 된다. 하지만 그때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은 힘들어하는 것을 포기한다고 들었다.


5. 유튭에 우울증 관련 강의가 많다. 그러나 보호자에게 도움이 될 강의는 생각보다 없다. 가족에게는 많은 의무감만 요구하고 치유하는 그런 게 없어요. 나는 그런 가족들의 연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우울하다면
1. 자책하지 말 것. 내가 못나서 그런 게 아니다.


2. 있고 싶은 곳에 계시라. 집순이가 되어도 좋다. 집에서 회복하면 된다. 대신 어둡게 하지 말기!


3. 힘들다고 가족에게 말씀하시라. 하지만 좋아질 거라고도 말씀해주세요. 그래야 가족도 기대하며 살 수 있다.


4. 심리상담보다는 정신과 상담을 추천한다.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일상생활 가능해요. 특히 공황증을 동반하는 경우. 운전이나 중요 프레젠테이션에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5. 본인만의 공부를 병행하라. 인문학, 철학 등.. 사고를 전환시키는 공부를 하시길 강추한다. 내가 문과라 이과는 잘 모르지만 뼛속까지 이과일 경우.. 수학의 정석이 도움이 되려나? 암튼 나는 책도 읽고 유튜브 강의도 활용하는 편이다. 확실히 인풋이 있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잡념도 줄면서 나아진다.


우울증은 언제 낫는다는 보장이 없다. 감기다, 언제든 걸릴 수 있다. 나아도 또 걸리는 감기. 완치의 개념을 버리는 게 좋다.


전혀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거다. 생각보다

힘들진 않다. 내가 내적으로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고 인생의 사계절을 좀 더 빠른 템포로 느끼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니까 억지로 힘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살아지고 괜찮아진다. 그러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깨닫는다. 우울증은 내가 뭔가 뭉친 감정과 기억을 흘려보내라는 신호이고 오늘 살 수 있는 내 상태로 세팅하라는 경고음 같은 거라고. 누구나 겪을 희로애락. 사실 우울증이 아니어도 겪었을 일들이었을 수 있었던 것들이라고.

보이는 행복이 없어도 된다. 삶 자체가 채워지는 충만함을 우리 함께 찾아가는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우울의 터널은 어디에나 있지만 또 어디에도 없을 거니까. 내 마음을 잘 어르고 달래며 또 걸어가 보자.



우울은 늘 자전거를 처음 타는 그 기분과 불안과 넘어지면 어떡하지? 타지 말까? 하는 고민의 연속일 것이다. 조금 늦게 타면 어떻고 못 타면 어때. 다른 거 타거나 걸으면 되지. 사실 나도 이 나이 되도록 자전거나 인라인을 못 탄다. 우리 딸이 남편을 닮아서 참 다행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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