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선생님: 일 년마다
일 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리셋
나는 변덕스럽다. 완전히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면 오래 쓰지 않는다. 그래서 소지품의 연식 차이가 심하다. 다이어리, 악기, 어떤 스웨터, 어떤 가방, 스텐 텀블러는 십 년이 넘었다. 가구 배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 옮기고 정리한다. 정리가 완료되기 전까진 정착하기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까다롭지만 정리하고 나면 그 구역이나 그 물건을 닳아 없어질 때까지 쓴다. 변덕스러운 건 사실이다.
이 변덕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의 나에게는 말이다. 우리 도(충남)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지역마다 머물 수 있는 기간이 다르다. 어떤 지역은 무제한, 도시지역은 10년이다. 10년이 다 되면 타 지역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기약 없이 다녀와야 한다. 이것은 '공포의 인사발령'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한 학교에 최대 5년까지 있을 수 있다. 사실 이게 문제가 아니다. 1년에 한 번, 학년이 끝나면 모든 것이 리셋된다. 학생, 교육과정, 업무, 교실 중 하나는 무조건 바뀐다. 내가 5학년 담임이라고 가정하고 살펴보자. 내년이 되면 아이들은 6학년이 된다. 이 아이들을 그대로 가르친다고 해도 교육과정이 바뀐다. 졸업 업무도 해야 한다. 교육과정이 바뀐다. 5학년을 계속해서 가르치고 싶다면 학생이 바뀐다. 다른 학교에서 선생님이 전입해오시면 업무가 바뀔 수도 있다. 내가 다른 학교로 간다 해도 마찬가지다. 큰 학교에서 근무할 경우, 교실도 거의 매년 달라진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그리고 학기말이 되면 쓰던 학년, 업무, 학생과 상관없이 교실을 다 청소해야 한다.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서류도 마감한다. 학기 중에 마감하면 땡큐지만 못하면 거의 방학기간에 그런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3월이면 하던 것이든 아니든 모두 다시 시작이다. 동학년 선생님, 아이들 정보를 입력, 교육과정 운영방법까지. 이것 역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교장선생님, 교육청 정책 등에 따라 또 달라진다. 아무튼 매년 달라진다. 그 매년 달라지는 난리통 속에서 3월 2일이면 교사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능숙한 척 또 일 년을 살아간다.
선생님들은 빠른 변화에 발맞추어 정책의 최전선에서 맡은 일을 다 했다. 하라는 것도 어지간해서는 다 하면서 살았던 거 같다. 교육과정에 충실하자고 많이들 부르짖고 있지만, 내가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아직은 조삼모사인 것 같다. 어떤 게 늘면 어떤 게 줄어든다. 어떨 때는 그 속에 교육과정이 있나 싶을 때도 있고. 교육과정만 알뜰하게 운영하는 교사의 모습이 언제쯤 정착될까. 그때까지는 모두가 변덕 속에 휘청이며 그래도 적응하며 오늘처럼 살아가려나.
그럴 테지.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