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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Dec 20. 2023

학군이 제일 중요하긴 해요

하지만 공부란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먼저에요


아이 하나에 맞벌이

도움 없이 세 식구가 조퇴와 지각과 연차를 쓰며

아이가 열나면 병원 가던 일상이 여섯 살 무렵부터

나아지긴 무슨 ㅜ 어제도 한바탕 열과의 싸움이었어요


그래도 우리 아이는 잘 먹고 잘 자는 아이라서

아파도 오래가지는 않는 편이라 감사합니다


이제 2학년을 앞두고 겨울방학 동안

아이가 어떻게 해야 알찬 하루를 보낼지

학원부터 여러 가지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우선 어떤 레이스에 참가하실 건지 결정하실 때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학생일 때 수없이 질문했던


왜 공부하는가


에 대한 나의 가치관을 세우고

그걸 아이에게 적용할지 말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안이 어려워 예술과 순수학문을 포기한

전형적인 장녀예요.

어려운 가정환경이었지만 그래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우선 운 좋게 분당에서 성장할 수 있었어요

(94년도에 청약으로 이사 온 로또!!)


학폭이나 하드코어 한 환경 자체가 없었습니다

물론 가정불화나 교우관계 등의 고민은 있었지만

인생을 뒤흔들 정도의 위기는 아니었어요.


수학을 너무 못해서 엄마가 돈을 빌려서 학원을 보내셨습니다.

수능에선 폭망했지만 끝까지 수학을 놓진 않았어요.

아무튼 공부하기 위해서는 엄마는

먹을 것 줄여서 보내주셨어요.


연합고사 보던 때, 위기의식으로 공부하던 저는

도덕문제 하나 틀리면 300명 중 200등 하는 고등 학교에 입학했어요.

그렇다고 중간 기말 문제가 쉬웠느냐면 절대 아니었어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덕분에 내신은 가자마자 망했지만

수능으로 교대 갈 수 있었네요.


논술 1타 강사로 빠르게 돈 벌고 은퇴해서

작가가 되리라는 제 꿈은 사라졌지만

정년까지 적은 수입을 따박따박 받을 수 있게 되었..(을까요?)

그 외의 어려운 점은 그냥 지나가기로 합니다


아무튼!!!

가정교육에 제일 필요한 것

정확히 대학입시에 제일 중요한 건

학군이 백프로예요.


지방에서 나오는 수능만점자는 가뭄에 콩 나는 거 고요.

언론에 안 나온 평범한 학군지 아이들은 무난하게 인서울 합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카이스트 조기입학 인서울 수시합격

이게 너무 일상적인 학교라 그렇겠거니

나는 망했구나 했습니다만


저도 그 분위기에 힘입어 수능을 아주 망하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하면서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긴 해요 ㅎㅎ


그래서!!!


저는 학군지의 중요성을 정말 절감해요.

필요하죠.

왜냐면, 아이들이 공부 외의 다른 고민을 안 해요.

교권침해나 학폭 목격하지도 않고 정말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건설적으로 나누며 살았어요

누굴 괴롭힐 시간이 없으니까요.

야자를 왜 빠져요? 거의 다 다 같이 열 시까지 남았어요.

모르면 서로 가르쳐줬고요. 남 밟으면서 공부하지 않았어요. 각자 내 공부한 거죠.


공부하면 하는 대로 안 하는 대로 잘 지냈습니다

밤늦게 자습할 수 있는 곳도 많았고

다 같이 어두운 길을 걸어 하교하니 대체로 안전 ㅎㅎ

좋은 곳이었어요.

그 기억 때문에 여건만 되면 대치동까진 아니어도 분당으로 가고 싶죠.


하지만 제가 수도권 아닌 곳에서 교사로 사는데

서울이나 분당을 갈 수도 없고 고액의 영유를 보낼 형편도 아니었어요.

그리고 영유는 한글 떼기 전엔 보내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렇다면 유일한 자산은 제 경험과 가르치는 재능.

교사로서의 장점을 살려 아이들 공부시키고 싶었는데

교사로서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가 없어요.

뉴스 보심 아시겠지만 전쟁터입니다.

반아이들 모두를 끼고 가르치기도 어렵고

학교업무도 많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공부시키려고 해도

우리 애 스트레스받는다고 시키지 말란 연락받으면

뚜껑이 열려도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아이에게는 습관 만들어주자고 맘먹었어요.


사실 태어나고 키우며 서너 살까지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모드였고 지금도 그래요

아프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저는 일단은

사교육 알아보시기 전에

아이를 면밀히 관찰해 보실 것을 추천드려요.

그래야 시작하고 끝내는 걸 망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몸을 잘 쓰는가

2. 언어발달 정도, 공간감각 정도(문/이과/예체능)

3. 예민한가/순한가

4. 집중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울 아이가 티브이를 보다가 글자를 보고 저게 뭐야? 하는 순간이 만 4세였어요

바빴던 저는 일단 한글이 야호 워크북을 샀고 한글이 야호를 주야장천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빈 종이에 초성놀이도 무진장했습니다.

퇴근하면 하루 두 시간정도는 한글 집중. 다음 연도부터는 피아노와 미술학원을 보냈고요

아이가 지구력보다는 순발력을 요하는 드로잉에 관심을 갖자, 미술학원은 과감히 끊고 피아노만 보냅니다


현재 1학년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아이는 한글과 사칙연산은 편안하게 합니다.

체력이 조금 약해서 운동만 하나 추가하려고 하고요

영어는 아직 듣는 것만 하고 있습니다. 고학년 때 과목으로서의 영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닦달하라고 안 해요. 혼자 합니다.

몇 가지 생활 루틴을 잡아주고 나니, 잔소리할 일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 외의 시간엔 아빠와 보드게임, 독서, 영화 보기, 자전거 타기 하며 엄~~ 청 놀아요^^


저도 지방러지만 냉정하게 여기에 학군지가 어딨 습니까....

어느 동이 학원이 좋다더라 하시지만.. 맘카페 맹신하지 마세요 지방엔 학군지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학군 지는 전국 통틀어 대치동과 분당뿐입니다. 대학입시로만 보면 명백해요.

그 외에는 학군지가 아니라 명문고가 몇 개 있을 뿐이죠. 저는 그 학교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바랍니다. 정말로요.

그러나 아이가 영과고나 자사고 들어가길 바라지 않아요

저는(여기부터 중요!!!) 공부라는 것이 레이스가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태도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습관을 축적해야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내가 배울 세상은 참 넓구나

내가 잠시 실패해도 다시 공부하면 되는구나라는

끈기와 창의력, 회복탄력성을 갖고

세상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삶의 근력을 길러주고 나서 대학 네임은 그다음입니다

대학은 그 맘만 먹고 나면 어디 이상이든 다 할 수 있으니까요.


가톨릭 신자로서 제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하느님이 아이를 지으신 그대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행복하게 사회에 기여할 줄 아는 아이.

저는 잠시 하느님이 보내신 아이를 맡아 기르는 미션을 받은 거라서요.

그래서 신앙교육도 빼먹지 않고 있습니다.


레이스에 저는 참가하지 않지만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습관'을 물려주는 중입니다.


물론 저도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 습관 속에 살고 있고요.


그럼 모두 미리크리스마스♡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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