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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Sep 03. 2020

브라찾기

가슴은 작은데 등판만 커지는 이는 어떤 브라를 입어야 하나요?


안녕 우리 나무님들. 여름나무올시다. 여러가지 작가이름을 찾아봤지만 명리학적으로도, 남편이 처음 필명을 지어준것도 여름나무가 찰떡이라 다시 여름나무로 복귀한다(언제는 굿바이 무대라도 했었던것처럼). 흠흠 어쨋든, 일간 여름나무를 목표로 다시 컴백!


나는 2018년 시골로 와서 생활을 하면서 급격하게 살이 쪘다. 공황장애를 치료하는 약이 원인일수도 있지만, 요즘 내가 내 먹성을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막걸리와 푸짐하게 해 먹은 안주 때문일 확률이 높겠다.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70A라는 가녀린 몸매를 자랑했었다. 그때도 내가 가녀리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지만 80사이즈의 브라를 사는 것은 나에게 왠지 모욕감을 주는 행동인것 같았다. 차라리 75B가 더 당당하지 않겠나 싶은 그런 요상스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하여간 그때는 가슴이 매우 작았고, 노브라로 다녀도 크게 뭔가 이상하거나 답답하지 않은, 노브라에 최적화된 몸매였다(그시절 그립구나...하아..)


지금은 어떠한가. 내가 100A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이겠다. 가슴이 커지긴 커졌는데 배도 같이 나왔고, 등도 같이 커졌고.. 시중에 브라를 파는곳을 암만 돌아다녀도 100A라는 이상한 사이즈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코로나 시국에 오프라인 매장이라고는 이동네 작은 하나로마트 하나 뿐이다. 다른 매장을 가본 기억이 언제적인지 모르겠으므로 나는 온라인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름하야 편한브라 찾아 삼만리. 부제는 100A컵 혹은 105A컵. 나의 몸매를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하며, 오늘도 부대찌개 남은것에 밥을 비벼 먹고 출근한 나는, 꾸역꾸역 당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글을 써보려 한다. 내가 브라찾아 삼만리를 하기 전에 내건 조건은 간단했다. 탄력이 좋을것, 적당한 가격을 갖출것, 그리고 가슴이 너무 커보이지 않을것, 세탁이 편안할것. 너무 쨍기지 않을것.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급한대로 1+1을 7,000원에 준다는 어느 쇼핑몰이었다. 9999+의 판매량과 후기를 자랑하고 있어서 크게 무리없이, 그리고 안전하게 가장 큰 사이즈인 XXL를 주문했다. 심리스라 편하다는 간증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싼것은 비지떡. 차라리 근육질의 언니들이 입으면 탁 잡아주는 느낌이 있고 좋겠다. 남자들이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은 제로 볼륨감. 패드는 세탁 한번에 산산조각. 더 긴말하지 않는다. 속옷도 그렇고 왠만하면 싸고 좋은건 없다.


자, 그러면 약간 비싼제품에 도전해본다. 편하다고 소문난 요가복 사이트에 접속하고야 만다. 어플까지 다운받아 신입축하 적립금까지 잔뜩 받았으니 안다르와 뮬라의 브라탑 각1개, 스포츠브라 각 1개를 사본다. 세일하지 않으면 개당 3만원에서 4만원까지 하는 비싼 아이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살을 3키로그람 정도는 빼야 숨 쉬면서 가장 큰 사이즈의 브라를 입을 수 있겠다. 입고 나면 생활이야 가능하지만 자꾸 명치를 옥죄어온다. 그리고 벗을때 옷이 뜯어지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탄성이 강하지 않다. 날씬녀들이 입으면 한없이 편할 옷들의 향연. 3키로만 빼고 요가할때만 다시 입기로 하고 다시 고이 접어 옷장에 모셔둔다.


다시 인터넷 쇼핑몰로 돌아온다. 빅사이즈 브라라고 쳐봤다. 순간 눈물이 나올뻔했다. 나는 어쩌다 100A가 됐을까. 70A까지는 아니더라도 80A까지로는 돌아갈 순 없을까. 자자,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출퇴근용 무난하고 편한 브라를 찾아야 한다. 컴포트랩이라는 빅사이즈 전문 쇼핑몰이 있다. 그냥 사이즈도 있고, 브라도 있고, 브라렛도 있고, 브라가 부착된 티셔츠도 있는 브라 전문몰이다. 여기로구나! 이 곳은 컵을 나누지도 않았다. 그냥 70부터 100, 그리고 글래머70부터 110까지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나는 여기에서 일단 100사이즈를 살포시 눌렀다. 그래, 등판만 고려하면 된다는 것이지. 조금 넉넉할 수 있다니 완전 땡큐. 


그렇게 받아본 브라는 매우 화려했다. 내가 몸매만 좋다면 화보를 촬영해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브라 자체는 예뻤다. 뒤집어 쓰는 형식이라 후크에 내 등짝이 상처입을 일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등판에 에 비례하는 브라패드의 사이즈. 난 일반 100이라고 했는데 왜 컵이 c컵이 도착함? 가슴이 붕붕 뜨고 등판도 붕붕 뜬다. 크긴 큰데 안맞아도 낭패로구나. 그리고 뽕도 어느정도 장착되어 있어서 가슴이 커보이는데, 나는 커보이는 가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것 역시 조금의 아쉬움을 남기고..


마지막으로 더 찾아나서본다. 그러기 전에 요즘 예스24 북클럽을 신청해놓은 터라 책만 한권 읽고 다시 주문해보자고 생각했다. 수필집을 하나 읽어내려가는데 "감탄브라"를 찬양하는 글이 있지 않는가. 심지어 우리 엄마가 즐겨입던 그 브랜드에서 속옷을 내고 있다니. 글쓴이가 얼마나 등판이 넒은지는 모르겠으나, 책에다가도 썼을 정도면 중간 이상은 가겠지 싶어서 결제를 했다. 가격은 한개당 1만원대. 안다르와 뮬라를 도로 내다 팔고 이걸로 바꾸고 싶지만 나는 살을 빼고 꼭 안다르와 뮬라를 입어버릴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딱 두개만 결제해본다.


일단 감탄브라를 추천해주신 작가님께 큰절을 올리고 싶다. 과하지 않은 뽕에 뒤가 쫙쫙 늘어다는 후크없는 등판. 그리고 살이 낑기지 않는, 가슴아래로는 있는듯 없는듯한 그 얇은 천. 바람도 숭숭 들어와서 한여름에는 시원한. 이런 좋은 브라가 있었다니. 물론, 내가 조금만 날씬하다면 스포츠브라도 정말 좋은 제품이고, 가슴이 조금 더 크다면 컴포트랩도 정말 좋은 제품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감탄브라에 약 3주정도 정착한 상태이다. 아, 감탄브라도 싸다고 아무거나 사면 안된다. 신제품보다는 그 이전에 있던 완전 오리지널 버전 있잖수? 그거를 사야 이 느낌이 난다고들..쿨럭.


여튼 20키로 가까이 살이 찌니 이러한 불편함도 있지만 뚱할수록 좋은 브라를 찾아 입어야 한다. 등판은 씨름선수이나 소녀같은 가슴을 가진 나로서는 더더욱 말이다. 쇼핑 고수님들이 그러신다. 싼게 비지떡, 싸고 좋은것은 없다고. 특히나 내 몸에 붙는 속옷은 입어보고 살 수 없으니 편하고, 재질이 좋고 나에게 꼭 맞는 것을 사서, 모두모두 브라 대전에서 승리하길 간곡히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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