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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Oct 17. 2020

남편소개(3)

아내인 나에게 생긴 황당한 일



오늘 백화점에 다녀왔다. 남편은 남편대로 옷을 고르고 있었고 나는 바로 옆 매장에서 딸과 옷을 보고 있었다. 남편에게 웬 아가씨가 말을 건다. 나는 일단 좀 지켜보았다. 남편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고 아가씨는 멋쩍게 다른 곳으로 갔다.

결혼 전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카페나 길가에서도. (도를 아십니까 아님) 하여간 인기가 엄청 많았다. 구구절절 쓰기에 너무 많아 생략한다.

울 남편이 좀 동안이라도 그렇지 아직도 총각처럼보이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나? 이 분 40대입니다만. 아마 마스크를 껴서 더 어려 보였으리라 생각한다. 올. 살아있네를 연발하며 남편을 한껏 칭찬해주고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당연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겠지 라고 생각을 하며 지냈는데 나에게 기분 좋지만은 않은 일이 진행 중이라 써본다.

내 블로그에 왜 제 게시물 삭제했냐는 글이 올라왔다.

(맨 아래 사진 참고)
나는 남편의 인적사항이나 우리 가족에 대한 사진 또는 생활을 잘 공개하지 않는다. 내 블로그니까.

내가 삭제한 이 학생의 안부글은 (우리 남편 이름)♡♡씨가 여름 나무님 남편이 맞느냐는 거였다. 나는 남편의 인적사항이 드러나는 것이 싫어 그 글을 삭제했다. 그런데 왜 삭제했냐고 묻고 내가 누구냐 물으니 바로 누구 샘 제자예요. 하는 거다. 뭐야. 이미 아는 상태에서 물은 거잖아?

이 안부글을 쓴 학생은 날 아는 것 같은데 나는 그 학생을 모른다. 내가 학생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본인이 학생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는 이 학생이 어디 사는 누구이며 몇 살인지 모른다.

남편은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무례함은 없었다. 나의 온라인 활동공간은 어떻게 찾아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 보는 공간에다가 내 남편이 맞느냐고 묻는 글이 라니. 남편을 짝사랑하는 학생인가 보군. 하면서 귀엽게 지나갔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처럼 귀엽게 흘러가지 않았다. 인스타 게시글에. 그리고 공개된 글에 찾아와 좋아요나 댓글을 단다. 님이 부럽다는 둥. 자상한 남편을 두셨다는 둥. 처음에는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추적해보니 동일 아이디였다.

나는 관찰당하는 자체로도 불편하다. 내가 남편이라면 이 사실만으로도 부담스러워 그 학생과 말을 하지 않을 것 같다.

문득 옛날 일이 생각난다.

내가 중학교 때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사회 선생님이 있었다. 스스로 결혼 여부를 밝힐 새도 없이 많은 학생이 그 선생님 덕질을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날 교무실 책상에 놓인 많은 초콜릿에 놀란 사회 선생님은 황급히 결혼했음을 밝혔다. 당연히 학교가 울음바다가 됐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평범한 제자로 돌아갔다.

지금 이 학생의 행동은 사회 선생님의 아내를 찾아가 이 선생님이 당신 남편인가요? 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내일이 일요일이고 다음날이면 월요 일라며 두통을 호소한다. 게보린을 주러 난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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