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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CODA, 2021), 마음을 비추는 따뜻한 영화

감독: 션 헤이더(Sian Heder)

by 소서


영화 <코다>는 <미라클 마리벨>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넷플릭스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진 션 헤이더 감독이 연출 및 각본을 맡았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US 드라마틱 부문에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감독상 그리고 앙상블상을 받으며 역사상 최초로 4관왕에 올랐다. 또한 2022년 2월 27일에 열린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앙상블상 수상과 함께 트로이 코처가 남우조연상을 받는 쾌거도 이루었다.

트로이코처는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션헤이더 감독과 에밀리아 존스
영화제작배경

- 청각장애인 역할에 청각장애인 배우를 캐스팅했으며, 영화 촬영현장의 모든 통역사는 코다였다고 한다.

코다(CODA)는 ‘Chile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농인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코다들은 어릴 때부터 수어를 사용하며 부모와 의사소통하고,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래서 코다들은 농인 문화와 청인 문화 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기분을 느끼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션 헤이더 감독은 그러한 부분에 관심이 많이 갔으며, 연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청각장애인 역할에 청각장애인을 캐스팅하는 것에 전념했다고 하는데, 엄마인 재키 역에 말리 매트린, 아빠인 프랭크 역에 트로이 코처, 오빠인 레이 역에 다니엘 듀런트를 캐스팅했다. 말리 매트린은 오스카에서 최연소이자 농인으로서 처음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배우이다. 트로이 코처는 LA 비평가 협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적 있으며, 다니엘 듀런트 역시 LA 뮤지컬 어워즈에서 주연상과 시어터 월드 어워즈 최우수 데뷔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이 세 배우는 영화에서 매우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주인공인 루비 역을 맡은 에밀리아 존스는 코다 역할을 위해 9개월 동안 수어를 배웠다고 한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모든 통역사가 코다였다고 하는데, 영화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루비’역의 에밀리아 존스


왼쪽부터 오빠인 ‘레이’역에 다니엘 듀런트, 엄마 ‘재키’역에 말리 매트린, 아빠 ‘프랭크’역을 맡은 트로이코처


줄거리 및 감상

코다인 루비는 17세 소녀로 농인 가족들과 청인 사회의 중간 역할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돕는다. 짝사랑 상대인 마일스를 따라 들어갔던 합창단에서 노래부르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루비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도움으로 대학 진학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가족들은 생계를 이어가는 데 있어서 루비가 필요했기에 갈등을 겪게 된다. 가족들이 대립하는 장면에서 루비의 노래가 하고 싶다는 절절한 마음은 루비의 표정과 손짓을 통해 스크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단순히 말로 하는 것 그 이상으로 감정이 전달된다. 루비의 꿈을 이해하지 못했던 루비의 부모는 딸의 공연을 보러 가게 된다. 그리고 노래하는 루비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이 장면에서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은 루비의 엄마·아빠의 시선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 영화관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적막만이 흐르며, 화면은 루비의 부모가 딸의 노래를 듣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손짓을 살피는 모습으로 연출된다. 관객들이 이 가족에게 더욱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공연이 끝난 후 루비는 아빠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데, 감동이 더욱 극대화된다. 딸의 목에 손을 가져다대고 딸의 노래를 느끼는 아빠 프랭크의 모습은 객석에서의 모습과 겹쳐 더욱 큰 감동을 불러온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한동안 마음에 깊이 남은 장면이었다. 가슴깊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부녀의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가족 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지지하고 아끼는지 보여주면서 마무리된다. 루비의 오디션을 위해 함께 달려가는 가족, 동생이 가족들 걱정은 내려두고 자신의 꿈을 향해가길 바라는 오빠, 가족들을 향해 노래하는 루비.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이 가족들을 보며 자신들의 가족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레이 역할을 했던 다니엘은 이 영화는 청각장애인 가족 영화인뿐만 아니라 가족 영화라고 말한다. 우리는 서로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 가족이 서로 지지하는 모습은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말이다. 코다는 이렇게 가족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가슴 따뜻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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