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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y Park Aug 31. 2019

X세대는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부제 : 이제 인생 후반기를 좀 준비해 보려 하는데 리더십이라니... 

개인적으로 '리더십'이라는 단어는 내 삶과 별 연관이 없는 개념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성격으로 남들 앞에 잘 나서지 않는 편이고, 학창 시절부터 반장이나 회장 자리 맡아 본 게 중학생 시절 담임 선생님의 강권으로 1번 정도 해본 것이 전부다. 따라서, 대학생이 될 때까지 남들을 이끌어 본 경험이 거무 전무했다고 봐도 되겠다.  


이러한 경험 부족은 대학 진학 후 나에게 큰 도전과 시련으로 다가왔다. 자의반 타의반 대학 동아리, 교회 대학부, 청년부 등의 회장 자리를 맡아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고, 관련 경험이나  학습이 전혀 없었던 나로서는 무방비 상태로 그 역할들을 감당해야 했다. 하긴, 우리나라 교육체계 안에서 그 누가 리더십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고 배웠겠냐마는 나는 더욱 심한 편이었다. 

긴 이야기라서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려우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남을 이끌어야 하는 과정에서 내가 겪어야 했던 실수와 시행착오와 주변 사람들에게 끼친 피해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사회에 나와 인원이 좀 되는 부서의 장을 맡아도 보고, 규모가 큰 SI 프로젝트의 PM도 해보면서 리더로서 부족한 부분들을 조금씩 배우고 개선해 나가긴 했으나 여전히 나에게는 심히 불편하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중 인생 40대를 이제 정리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 언제부터인지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자꾸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현재 내가 속한 회사와 부서에서 나는 위, 아래 사람 한 명도 없이 혼자 일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같은 부서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업무 프로세스 상 서로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직원들이고 내 업무에 대한 직접 보고는 인도에 있는 APAC 매니저에게 하면 된다. 즉, 적어도 회사 내에서는 내가 이끌어야 할 팀원이나 부서원도 없고 대체로 내가 맡은 일만 문제 없이 잘 하면 되는 포지션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현재 역할이나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내가 고민하는 '리더십'의 수준이 가정이나 회사의 테두리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몇일 전 메디치 미디어라는 출판사가 주최한 포럼에서 X세대와 40대가 화두로 등장했다. 

출판사 메디치미디어는 창립 11주년 및 자사 온라인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 창간 1주년을 기념해 2019년 8월 29일 X세대와 40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관련 기사> 

"X세대의 포용적 리더십이 한국 사회의 희망" 메디치미디어 심포지엄 '40대 그들은 누구인가'..."상처받은 개인주의 세대" (오마이뉴스) 

한국사회에서 성공은…"40대 개인역량·20대 집안배경 중시"(연합뉴스) 

"한국사회 40代는 상처받은 개인주의 세대" (디지털타임스)


이에 대해 보도한 한 언론사의 기사는 "X세대의 포용적 리더십이 한국 사회의 희망"이라는 제목을 타이틀로 뽑았다. 이 포럼에서 주목한 X세대이자 40대 분들이 이 제목을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포럼에 참석하지는 못했기에 궁금한 마음에 기사를 읽었고, 여기에서 언급한 발표자들의 이야기에 전반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교수(국민대 경영대학 이은형 교수)는 "X세대야 말로 세대와 젠더의 차이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굉장히 적합한 세대가 아닐까 한다"면서 "적극적인 생존력을 발휘해 사회 각 분야의 리더로 강력하게 등장해야 할 때다. X세대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가 기사 내용을 이해한 바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X세대는 IMF와 같은 어려운 시대 상황을 딛고 사회에 진출했기 때문에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강한 생존력을 보유하고 있다. 

X세대는 386세대(현, 586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낀 세대이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세대를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다리 역할을 통해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솔직히, 나를 포함하여 많은 X세대 소시민들은 아마 사회와 조직의 주류에서 점점 밀려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인생 후반기를 눈치밥 먹지 않고 스스로 밥벌이도 해 가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개인적인 고민에 집중하고 있는 X세대에게 '사회 각 분야의 리더로 등장'해야 하고,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될 것'이라니... 


이건 마치, 대학 시절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괜찮은 대학에 입학한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 사회에 큰 부채를 지고 있다'는 죄책감과 책임감을 지울 수 없었던 기억을 소환해 내는 문구가 아니던가.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주장 또는 요구를 받아들일 만한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인구 감소와 함께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이미 80세를 넘어선 시점에서 최소한의 노동 인구 확보를 위해서는 중장년층의 노동 연령이 확대될 수 밖에 없을터이다. 나 자신만 해도 노년에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기 보다 최대 70세까지는 일을 할 각오를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지금부터 인생 계획과 함께 이를 뒷받침 할 체력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꼰대'라는 단어는 우리나라 중장년 층에게 상당히 강한 영향력을 끼쳤다. 내 경우 회사 이외에 개인적인 관심사를 따라 외부 커뮤니티 활동이나 스터디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이런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는 것을 즐기는데, 이런 모임에 가게 되면 이제는 80~90% 정도의 참석자들이 나보다 연령이 낮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스스로 조심하게 되고, 상대방의 나이나 성별, 결혼 여부, 외모, 개인적인 취향 등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나이가 나보다 어린 것이 확실한 상대방에게도 왠만해서는 말을 놓지 않고 존대말을 사용한다. 만남이 지속되면서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 되고 신뢰도 조금씩 쌓이게 되면 상대방 성향에 따라 사적인 이야기도 하고 호칭이나 말투를 편하게 하기도 한다. 

X세대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게 처신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볼 때, 위에서 언급한 (386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아우르는)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그나마 적절한 세대가 아닌가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논란과 이슈 메이킹 흐름을 보면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우리 민족은 소위 '편가르기'를 너무 잘하는 민족이 아닌가 싶다. 과거부터 편가르기 기준으로 사용되어 왔던 학연, 지연, 혈연에서 더 나아가 보수와 진보, 거주하는 지역, 경제 수준에 따른 계급, 심지어는 수시 또는 정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했느냐를 가지고도 서로를 구분짓고, 편을 가르고, 상대방을 비판한다. 


이렇게 파편화 되고 다이내믹 한 시대를 살다보니 '포용적 리더십'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반갑게 다가온다. 서로 다른 세대와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과 양극화 된 경제적 계급 양측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포용하는 리더십은 정말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인생의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X세대에게 이러한 역할을 부여하고 기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고 적절한 시대적 요구일까? 비슷한 연령대에 계신 분들이라면 각자 한번씩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만약 당신이 이제 인생의 전성기가 다 지났고, 더 이상 이 세상을 이끌거나 바꿔 볼 힘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서울대 최인철 교수가 쓴 아래의 기고문을 읽어보기를 권하면서 글을 맺는다. 


전성기가 지났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전성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어쩌면 바로 눈앞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전성기가 지났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클수록 전성기가 자신의 목전에 와 있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수백 배, 수천 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명량’의 대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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