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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y Park Apr 07. 2020

[리더십] 책임을 다하는 '영적 기업'으로의 전환

- 리더십의 '윤리성' 측면에 대한 개인적인 소고

경영학 마케팅 분야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는 10년 전 출간한 유명한 그의 저서 <마케팅 3.0>에서 마케팅 3.0의 핵심 키워드로 협력, 문화와 더불어 '영성(Spirituality)'을 제시했다. 그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제언이었고, 한국이라는 배경에서 보자면 더더욱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필립 코틀러가 그런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빈곤층 및 실업율의 증가, 기후변화, 대기오염, 이산화탄소 배출문제, 저성장, 경제주체의 이동, 인터넷 디지털 정보화 사회 및 소셜네트워크가 가져온 소비자 행태의 극적인 변화 등이 있었다.


제품 중심이었던 마켓1.0, 소비자 중심이었던 마켓2.0을 지나 가치가 중요한 마켓3.0 시대에 이르렀는데, 시장과 고객이 중요시 여기는 가치의 변화에 맞춰 협력 마케팅, 문화 마케팅, 영성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고객의 이성이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은 유효하지 않고, 고객이 중요시 하는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특히 '사회적 관심과 변화에 대한 동참'이라는 가치가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미션(Mission)과 비전(Vision)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코틀러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객의 영혼에 호소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본인이 재직 중인 회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IT기업이다. 몇 년 전 전임 한국 지사장이 재직하던 시절 회사 복도에 평소 없던 포스터가 하나 걸렸다. 포스터 중앙에는 한국 지사장의 얼굴 사진이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었고, 그 밑에는 'Integrity Matters'라는 짤막한 표현이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선뜻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냥 회사가 지사장의 얼굴을 내걸고 청렴성이나 진실성이 중요함을 직원들에게 천명하기 위한 포스터인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직원들 사이에서 당시 한국 지사장은 청렴이나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사장의 얼굴과 같이 적혀 있던 그 문구가 직원들 입장에서는 선뜻 'make sense'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포스터가 걸린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임 지사장은 부하 임직원들의 비정상적인 영업 행위에 연관되었다는 이유로 소리소문 없이 회사를 떠났다.


외국계 회사들의 지사는 영업 중심 조직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히 본사에서 개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해당 국가에서 판매하여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영업 조직의 경우, 직원 개인별로 목표 할당 및 실적 평가가 이루어지고, 개인의 실적 극대화를 위해 급여 총액의 일부를 (심하면 50% 수준까지)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라는 이름으로 차등 지급한다. 여기에, 미국의 유연한 고용 문화까지 더해지게 되면 직원 개개인은 매달 달라지는 급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나 해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도 실적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들은 3개월 단위로 실적 목표를 세우고 이 분기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게 되면 가끔 언론 보도에서 보게 되듯 소위 '밀어내기'와 같은 불공정한 영업 행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등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내가 속한 부서만 해도 몇년 전 내가 입사했을 때, 실적 달성을 위해 파트너와 주고 받은 비정상적인 거래 관계로 인해 여러 명의 직원들이 감사를 받았다. 그 감사 결과는 곧바로 발표되지 않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당사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과거 감사 결과를 근거로 아무런 보상이 없는 권고 사직을 단행했다.


위와 같은 사건들이 회사 내에서 반복되면 직원들에게는 일종의 '학습 효과'가 생기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과 가치가 생기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직원들은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고 단기 실적만 채우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분기별 실적 달성이 중요한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가 아무리 사회적 가치나 윤리성을 강조하더라도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리더십을 주제로 다룬 <스피릿> 2장 윤리성 부분을 보면서 가장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사례는 미국의 카펫 제조업체 인터페이스였다. 특히, '순환 자본주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전 주기에 걸쳐 폐기물을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제조업분야 기업으로 이런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오히려 자신들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부분에서 더 놀랐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파타고니아는 매장 폐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온라인 주문을 위한 웹사이트까지 폐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데, 파타고니아는 폐쇄한 웹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올렸다.


"우리는 어디서나 친구들이 자신의 건강과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추가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은 모든 사람의 책임입니다."


조지아대 아키 캐롤 교수가 'CSR 4단계 책임론'을 통해 역설 했듯, 겉으로 아무리 4단계인 자선적 책임을 다하더라도 2단계 준법경영책임과 3단계 윤리적 책임을 다 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의 진정성을 의심 받게 될 것이다. 이 책임에는 고객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책임도 포함될 것이다.


기업이 Integrity에 기반한 기업 활동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면, 소속 구성원들도 그러한 가치에 따라 윤리적 기준과 법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방식으로 업무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에 맞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도덕적 기준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단기적인 실적 목표도 달성해야 하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두 가지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의 개선을 통한 '영적 기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참고 문헌>

1. 필립 코틀러(2010), 안진환 옮김, 마켓3.0 –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새로운 시장의 도래, 타임비즈

2. ‘파타고니아’는 매장과 웹사이트까지 폐쇄합니다, FASHION POST,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newsinnews&wr_id=1109&fbclid=IwAR32NTGG1tnkcDmw_j03no78hZpFTOkiIOyWJa8XSc1XuAbpgGFt7BJtjRE  

3. 최혜림(2017), 스피릿: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호연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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