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해당 글은 총 6화로 이루어진 단편 소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에필로그입니다. 1화에서부터 이어지는 내용을 읽어보고 오시면 더욱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난 곁에 존재한다. 그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 순간 나는 그 사람의 하루를 책임지는 ‘세상’이 된다. 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회사는 사람을 ‘숫자’로 바꾸는 곳이었다. 난 그 숫자를 다시 사람으로 돌려놓고 싶었다. 누군가에겐 내가 그저 반사 조끼를 입은 청소부일지 몰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나라는 존재가 그날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믿는다. 눈에 띄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난 세상이라고.
이 문장은 소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네 번째 부분인 '엘리트라는 말에 감춰진 현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쓰겠다고 마음먹게 했던 그 시작이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제 삶을 그린 이야기가 아닌, 완전한 허구의 내용과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킨 소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제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은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저도 그 경쟁 속에서 발버둥 쳤던 아이 중 하나니까요.
사실, 이 소설에 전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분량이 있었기에 그만큼으로 맞추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못하게 됐고, 그게 좀 아쉽긴 합니다. 더 그리고 싶은 인물들이 많았는 데 말이죠. (나중에 보니 다른 작가분들은 훨씬 더 많은 분량으로 글을 쓰셨더군요... 그냥 분량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쓸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그냥... 전 이런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환경미화원이든, 전화 상담원이든, 배달 기사든... 어쩌면 사회에서 그리 대접받지 못하는 존재로서 인식되는 이런 분들이 사실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요. 그리고...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어쩌면 그들이 만든 포디엄에 올라가 잘난 척하는 바보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죠.
제 눈에는 다른 사람의 꿈을 짓밟는 걸 당연히 여기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하는 사회가, 그런 모습의 세상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같은 사람이 뭘 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 대단한 사람처럼 사회 운동을 벌이지도 못하고, 그 비슷한 걸 할 용기도, 자신도 없는 사람이니까요. 전 그냥 평범하고... 어쩌면 평범하지도 못한, 그 누구보다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펜을 잡았습니다. 가장 쉬운 일이지 않습니까? 그냥 제 생각을 어렵지도 않은... 단순히 모국어인 한국어로 표현하면 될 뿐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살짝 소심하게 반항해 봤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포장해서, 공모전도 아닌, 단순히 돈만 내면 출판해 주는 POD라는 방식으로 말이죠. (종이 책을 갖고 싶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모전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경쟁과 성공의 이면을 그린 이 이야기에 반하는 행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꽤 잘 생각한 것도 같네요. 공모전에 도전해서 좋은 글로, 문학적인 글로 제대로 등단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실력이 없어서라는 대답 대신에 건넬... 나쁘지 않은 변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전, 이 이야기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다거나, 교훈을 주고 싶다거나 하는 주제넘은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이 소설을 읽고,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감동을 받았다면... 세상을 조금이나마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이 글을 쓰려고 샜던 몇 날의 밤들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존재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