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부메랑

아이들과 나의 티키타카

by 봄비

하도하도 미운 말을 하는 아이가 있었다. 무언가 기분좋은 일로 신이 나 있는 친구가 부러울 땐 "어쩔!" 이란 말로 응수한다. 공부 시간에 집중안하는 자신에게 친구가 빨리 하라고 말하면 "너나!"라고 응수하며. 그래서 나는 엉성하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그림책 한 권을 만들었다. 주인공은 짱구. 많은 엄마들의 공공의 적, 짱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내 그림책 속 짱구는 우리반 아이들 모두에게 매일매일 한가지씩 기분나쁜 말을 하는 아이다. 이리 말하니 거창해보이지만 실상은 대단한 책은 아니다. 다만 그림책 속 일화들이 우리반 이야기이니 아이들의 공감을 이끌기 쉬웠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니 그림책의 인기는 높았다. 어쨌든, 이야기의 결말은 부메랑이다. 모든 아이들에게 기분나쁜 말을 내뱉던 짱구는 결국 모든 친구에게 기분나쁜 부메랑을 돌려받는다는. 미운 말을 하는 그 아이가 무언가 느끼길 바라면서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부메랑이란 장치를 아주 자주 그리고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여덟 살 아이들이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도 아니고 나는 이 아이들에게 '니들이 디지털 발자국을 알아?'라고 말하고 있었다. 눈이 오면 발자국이 남듯이 우리의 모든 행적들이 발자국으로 남아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나를 닮아 아이들도 부메랑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친구의 말에 약이 오르는 순간, 그러다가 너한테 나쁜 부메랑이 올거라고 말을 하며 자신의 약오름을 달래고, 친구에게 두려움을 건네기도 하였다.


이 부메랑은 나에게도 역시 적용이 된다. 백 번 말해도 말 안듣는 아이에게 통지표 협박을 했더니 아이들은 나에게 '선생님 통지표'를 안기며 부메랑을 날렸다.


사람은 모두 잘하는 것도 있지만 고칠 것도 있다고 말하며 아이들 한명한명의 고칠 점을 지적하곤 했었다. 여지없이 아이들은 나의 고칠 점도 찾아내고야 만다. 선생님은 왜 다리를 꼬아요? 우리보곤 바르게 앉아야 나중에 꼬부랑할머니 할아버지 안된다고 말해놓고요! 슬그머니 다가와 꼬아진 내 다리를 제자리로 돌려놓기도 하였다. 때론 교사용 책상 아래 몰래 꼬아진 내 다리를 부러 검사하러 나오기까지 하는 아이들.


병균과 싸워 줄 군인을 키우려면 뭐든지 한 번씩은 먹어보자 했었다. 어느 날 급식에 우유가 나왔다. 우유를 받아오지 않은 나에게 한 아이가 지적을 한다. 선생님은 왜 우유를 안 먹냐면서. 선생님은 이미 키가 다 컸으니 안 먹어도 된다고 어설픈 변명을 한다. 그러자 아이는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우유에 칼슘이 있어서 뼈가 튼튼해진다면서요! 맨날 허리 아프다고 하면서 왜 안먹냐고 따박따박 따지고 드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 시간이었다.


순이는 사과를 5개 땄고 철수는 사과를 3개 땄습니다. 누가 더 많이 땄을까요?


라는 문제에 한 아이가 <8개>라고 답을 적었다. 아이들은 끝까지 읽지 않는다. 중요한 내용을 빼먹기 일쑤다.


아이들에게 글을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절실함을 주고 싶었다. 교과서는 지루하다. 맥락도 없이 갑자기 지문이 등장하고, 지문을 읽은 후 질문에 답하는 방법. 아이들에게 와닿는 맥락이 없으니 글 읽기를 소홀히 한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미션쪽지 놀이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 수준에 따라 3단계 정도의 미션 쪽지를 만든다. 미션쪽지를 읽고 미션을 정확히 수행하는 놀이를 한다. 운동장에서 동전만한 돌멩이 주워오기, 도서관에서 책 빌려오기, 텃밭에서 상추 따오기 등등. 각자 다른 미션쪽지를 받은 아이들은 열심히 쪽지를 읽고 미션을 해낸다. 간혹 중요한 내용을 빼먹고 읽기도 하지만 이 수업을 하면서 중요한 내용을 확인하며 읽어야 하는 이유라는 배움의 목표는 확실히 자기 것이 된다.


아이들은 이 수업을 좋아한다. 글을 읽는 시간도 놀이처럼 느끼면서. 미션 쪽지에는 교실 뒤 미니 청소기로 자기 자리를 청소하고 다시 제자리에 놓으라고 적혀있었다. 아이는 놀이에 빠져 청소를 한 뒤 청소기가 아니라 본인이 제자리에 앉는다. 청소기는 손에 가만히 들고서. 미션의 내용을 함께 확인하면서 어떤 내용을 읽지 못했는지 같이 알아본다. 모두 함께 웃으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미션쪽지 수업 후 어느 날 점심시간. 한 아이가 쪽지를 내민다. 선생님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고. 이제 한글 겨우 배운 아이가 점심시간에 힘주어 꾹꾹 글씨를 쓰는 장면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는 나에게 이런 미션쪽지를 보냈다.


"선생님이 마트에 가서 쌍쌍바를 사오고 설아에게 준다."



쌍쌍바를 안사줄 수가 없이 사랑스럽다.

이렇게 나와 아이들의 사이에 늘 부메랑이 오고간다.

때론 나도 찔끔 놀랄만큼 날카롭고도 정확한 그것이 날아들었다.



못다 한 이야기


부메랑은 어쩌면 나에게 제일 필요한 각성 장치 아닐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편하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툭툭 내뱉는 나의 한 마디 말들
아이들 지적처럼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나의 습관과 행적들
삶의 매 순간 내가 한 선택이
결국은 나에게 돌아오는 진리를
잊지 않도록 해주는 최고의 각성 장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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