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꼼지락

자유를 위해

by 차진호

가끔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아기와 함께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보통의 아기들은 아기 의자에 앉혀 놓습니다. 얌전하게 잘 앉아 있는 아기도 있고 칭얼대며 엄마 품으로 가려고 하는 아기도 있습니다.

얌전히 앉아 있는 경우라도 아이들은 종이컵을 만지거나 치발기를 손에 꼭 쥐고 입에 넣어서 씹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발도 같이 꼼지락거리면서 바쁘게 움직입니다.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손과 발, 입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쉬지 않습니다.

아기를 돌보느라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없는 엄마와 아빠를 보면 안쓰러움도 있지만 지난 시절이 떠오르면서 그립기도 하고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손과 발을 꼼지락거리며 꿈틀꿈틀하던 아이가 어느 날 중고생이 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20년 가까운 세월에 나의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아도 놀라운 일인데 손님의 자녀가 성장해서 함께 가게를 찾아올 때면 놀라움과 동시에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3년 전 시작해서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 있습니다.

땀이 많이 나지 않는 운동이면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흔한 것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노후에도 할 수 있는 좀 편안한 운동을 생각했는데 태극권이 딱 그 생각에 맞았습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격하게 움직이지 않음에도 땀이 나고 까다로운 동작을 외어야 해서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태권도에 태극 1장부터 단계별로 품새가 있듯 양식 태극권에는 13식, 24식, 49식, 103식 등 권법이 있습니다. 앞의 숫자만큼의 동작을 하는 것인데 각 동작마다 손모양, 다리의 모양이 다르며 방향도 다릅니다. 처음에는 순서를 외우는 데만 급급합니다. 어떻게 외워야 할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한두 시간 몇 주의 시간 동안 꼼지락거리다 보면 꾸역꾸역 모든 동작을 완성하게 됩니다. 순서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모든 동작을 알게 되면 기본 스케치가 끝이 나고 본격적으로 채색의 단계가 됩니다.

손을 다듬고 안법이라고 해서 눈의 방향도 맞아야 합니다. 발끝으로 설 때도 있고 뒤꿈치 자세를 만들어야 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공격과 방어라는 무술의 동작이기 때문에 어느 부위를 공격하는지 정밀하게 가다듬고 반복해야만 완성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꼼지락거리다 보니 나름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저희 수련장에서 제일 많은 동작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선배들이 그만둔 탓도 있고, 배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어떤 목표를 정하고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도를 하며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아이들은 꼼지락 거림을 통해서 손으로 집어내는 일, 맛을 보는 일, 그리고 걸어 다니는 일 또는 그 이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움직임이 결국에는 스스로 일어서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공이라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자유롭고 풍요로워지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개인의 노력과 꾸준함 그리고 운이 만나야 가능합니다. 노력과 꾸준함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결과가 나타났을 때 비로소 얼마나 꼼지락거렸는지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스토리에 감동을 받게 됩니다.


매일매일이 꼬물꼬물, 꼼지락꼼지락입니다. 때로는 미친년 널뛰듯이 이리저리 크게 움직일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아기 의자에 앉아서 어설프지만 스스로 하겠다며 숟가락을 꼭 쥐고 밥을 뜨지만 테이블에 수도 없이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몇 숟가락이라도 입으로 밥이 들어가고 답답하면 손으로 집어먹습니다.


살기 위해서 더 나아가서 성공을 위한 시작은 꼼지락 거리기 부터입니다.


알고리즘을 타고 제 마음속에 들어온 게 있습니다

롤러스케이트... 그냥 타는 게 아니고 백롤이라고 하는 뒤로 가면서 타는 모습이 짜릿해 보였습니다.

또 다른 자유를 위해서 꼼지락 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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