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
병원은 소독약 냄새가 났다. 주말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걸까? 얼마나 아픈 사람과 그 가족들이 이곳에 있는 걸까. 은은히 풍기는 소독약 냄새가 사람들 수만큼 가득 메우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복도 구석에 앉아 장모님이 나오시기를 기다렸다.
임신하고 대략 12주 정도가 지나야 안정기라고 한다. SNS를 보면 이때쯤 해서 양가의 부모님께 임신을 알리는 것 같았다. 흔히 임밍아웃이라 불리는 그것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언젠가 그들이 듣게 될 호칭의 주인공을 선보이는 행사 같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호전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전이가 되었고, 더 이상 커지지는 않을까. 앞으로 태어날 이 아이가 할머니라고 부를 수 있을 때까지, 건강히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우리의 임밍아웃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조금은 담담하게 어찌 보면 심심하다시피 건네졌다.
항암제를 달고 오신 장모님은 우리가 건넨 사진을 받아 들었다.
"임신했어, 이제 안정기라 말하는 거야. 조그만 게 사람이래"
"어머, 잘 됐다!"
와이프의 말에 장모님이 사진을 받아 들었다. 불과 몇 달 전과도 확연히 달라진, 얇아진 손이 사진을 들었다. 그 얇아진 팔뚝에 항암제가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밥도 잘 먹고 아기 보고 할머니 소리 들어야지"
"그랬으면 좋겠네"
장모님은 조금 담담히 말을 하시고는 사진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