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나무를 30그루 심었다. 광활한 가천리에 봄은 오는데,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다. 원래 호두나무를 심을까 했는데, 옆집 어머님(완주군에서 문화이장님으로 활동하셨고, 유튭 채널도 운영하신다)께서 호두나무를 심으셨다네. 그래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걸 심어보자는 말에 친구가 권해줬다.
변화된 농지법에 맞추어 시작한 개간기이지만, 정작 기경하고 있는 것은 내 마음이지 싶다. 흙 내음 속에 풀을 좇아 정신없이 파들어 가며 밭을 매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는 것이야 익히 알려진 효과다. 뿐만 인가. 맨손으로 흙을 쥐며 어싱도 실컷 하고, 먹거리가 실제 어떻게 자라나는지 목하 관찰하는 기쁨도 크다.
하지만, 한번 뿌려진 씨앗의 생명력이 얼마나 질긴가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특히 나처럼 제초도 비료도 게으른 농부를 만나도 들풀들과 더불어 자라나 대지를 온통 뒤덮고 마는 작물들 곁에 있다 보면 쉽사리 좌절하지 않게 된다. 오늘 심은 개암나무도, 상추도, 배추도 초조한 내 마음을 달래줄 귀한 벗이다. 아, 물론 이름 몰라 내가 불러주지 못한 저 들꽃과 들풀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