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쓸모'를 읽고
"인생은 고통이 기본값이다. 그런데 행복이 인생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렇다. 고통이 기본값인 인생이기에 드물게 찾아오는 그 '행복'이 좋은건지도 모른다.
기록의 쓸모라는 책에 나온 문장인데, 읽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 되도록 매일 일기를 쓰려고 하는데 내 일기 속에도 이러한 '행복 강박'에 대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기라고 해봤자 하루에 있었던 일을 줄줄 적고 중간중간 내 생각이나 감정을 곁들이는 정도지만, 기분 나쁜 일이 있었거나 속상한 날에도 '그래도 ~해서 행복했다.', '~한 점은 좋았다.' 등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나의 일상이 어딘가에 적혀서 남는다고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미화되길 바라서였나 보다. 또 마치 피아노 학원 숙제로 연습할 때마다 동그라미를 색칠하듯이 '그래, 오늘도 이정도면 행복했지.'하고 색을 채우는 것에 급급했던 것 같기도 하다.
행복하자,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접하는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늘 행복해야 한다고 세뇌당한 것 같다.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한 서점과 SNS 카드뉴스에서도 행복해지기 위해 그럴 이유를 찾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나의 하루에 감사하자는 등의 글들이 많이 보인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자칫 행복 강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 오늘의 나는 너무 지치고 힘들었지만 생각해보면 3가지 정도는 좋았던 일도 있었을거야.
물론 이러한 노력이 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뒤끝이 다소 길고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나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불만 가득하고 부정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내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생각을 달리 해보려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갇혀 정작 중요한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면 안되니까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 강박과 진정한 의미의 긍정적인 태도의 차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행복 강박은 행복하지 못한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 반드시 행복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괜찮아! 난 행복해' 라고 최면을 건다.
2. 끊임없이 내가 행복한지 확인하고, 행복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
반면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행복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되, 이를 비난하거나 당연시하지는 않는다.
1. 화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땐, '그래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거지' 라고 생각한다.
2. 하지만 행복할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너무 오래 그 감정에 매몰되진 않는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래도 계속 되새겨야겠다.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수많은 과정 중에서 만나는 보너스같은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