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깁슨과 도널드 노먼의 어포던스
Affordnace의 시작
어포던스라는 용어는 제임스 깁슨이 처음 사용했다. 그가 말한 어포던스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행위자와 환경 간의 관계, 혹은 이 둘 사이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행위의 가능성
같은 행위라도 마주하고 있는 행위자에 따라 다른 어포던스를 제공하며, 행위자의 능력에 따라 무한히 제공
이를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살펴보자.
- 행위자와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행동 가능성(possibility of action). 행동 유발성이 아니라 행동 가능성이란 것이 중요하고, 여기서 행위자란 동물, 사람 등을 이른다.
- 환경에 내재된 속성이 아니라, 행위자와 환경 사이의 관계에 존재한다. 즉, 물리적 특성이 아니다.
예_ '앉을 수 있음'이라는 어포던스는 의자의 본질적 속성이 아니라, 의자의 모양과 크기가 행위자의 몸집이나 골격과 적절히 일치하는 경우에만 존재한다. 어른과 의자 사이에 존재하는 어포던스가 아이와 의자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 행위자가 어포던스를 지각하건 지각하지 않건 행위자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어포던스는 존재한다.
예_ 행위자가 의자에 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각하지 못했더라도, 그 행위자와 의자 사이에는 "앉을 수 있음"이라는 어포던스가 항상 존재한다. 또는 행위자가 앉기를 원하지 않더라도 어포던스는 존재한다.
현재 UX/UI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어포던스는 원래 용어가 가진 뜻과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어포던스, 이것은 도널드 노먼이 사용한 어포던스인데 HCI관점에서 '지각된 어포던스'를 의미한다.
즉 물리적 속성 없이 관계에서만 존재한다는 깁슨의 어포던스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어포던스가 잘못 사용되는 것을 본 도널드 노먼이 이후 줄기차게 '어포던스'는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깁슨의 개념이며, 자신이 사용했던 어포던스는 '기표'라고 부르자! 라며 정정의 의지를 강하게 내세웠다.
어포던스가 아니라 기표다!
이 기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포던스의 개념으로,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행동 유도성을 가지고 있다.
행동 유도성 - 사용자가 제품 또는 서비스를 보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거나,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행동을 유도하는 것
잡아야 할 것 같은 버스 손잡이나, 돌리고 싶은 수도꼭지, 튀어나온 버튼을 누르고 싶은 심리를 이용한 키보드 등이 그 예에 해당한다. 여담이지만 맥북의 터치 바는 이런 심리에 다소 맞지 않아서 처음에는 눌러도 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도널드 노먼의 기표
- 무언가를 발신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어떤 동작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기표는 반드시 지각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기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늘 존재하는 제임스 깁슨의 어포던스와 크게 다른 부분이다.
- 기표는 의도적으로 설계될 수도 있고, 때론 우연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음.
예_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길에는 자연스럽게 지각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는데 이것 또한 기표다.
- 사용자에게 드러나야 할 어포던스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기표를 잘 디자인하여 추가.
예_ Button에 음영이나 색을 넣는 것
도널드 노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표보다는 어포던스라는 용어가 행동 유도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행동 가능성이라는 행위자와 사물 사이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어포던스와 그중에서 사람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지각된 어포던스(=기표)'를 딱 분리하기도 애매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어포던스라는 단어를 나 혼자 기표라고 사용한다면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이런 의미로 사용하고 있구나 라고 받아들이되, 실제 어원과 정의는 알고 있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