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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뮈 Jul 10. 2024

16. 백수의 은밀한 취미

웹소설을 썼는데 조회수가 13만이 넘었어요.

생각보다 30대 후반의 백수생활은 그 공백기가 길어졌다.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며 시작한  아침산책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아까운 시간을 마냥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스스로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자수성가형 부모님 밑에서 자란 덕에 유년시절에는 집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채 성장했다. 남들처럼 피아노나 미술 학원을 꾸준히 다니지 못했다. 물론 힘들었던 유년시절이 지나서 사춘기 시절 때는 나름 평탄하고 경제적으로 문제없이 살았기에 큰 고생도 해보지 못했다.


조금 건방진 생각이긴 한데,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 학원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애들이 꼴보기가 싫었다. 동네 또래 친구들이 미술이나 피아노 둘 중 하나는 취미삼아 생활하는 것을 보고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제대로 다루는 악기 하나, 물감이나 미술연필 다루는 법 조차 하나 몰랐기 때문이다. 부러웠다.

성인이 되서도 여가시간에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뚱땅거리는 친구들을 보면 참 보기 좋았다.


"나는 취미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구나"


살을 빼겠다며 시작한 헬스도 줌바댄스도 6개월이 최장이었다.


'도대체 나는 나를 위해서 무얼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한 숨이 나왔다. 나이 40먹어 이룬 업적이 없다니. 그렇다 내가 지금까지 쓴 글처럼 자학적이고 자신감없는 태도들을 비춰볼 때 누군가가보면 복에 겨운 것 같으면서도 한심한, 그런 인생일께 뻔하다.


'내가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꾸준히 나를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아마 같은 직업을 10년 이상 지탱하지 못한 것은 아마 나의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내 정체성을 표할 수 있는 나만의 취향과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현생을 버티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핑계를 대어봤다.


그나마 꾸준히 하고 있는 여가활동이라는 것은 작은 다이어리에 매일 내 생각을 적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글을 써보기로. '그런데 무슨 글을 쓰지? '


일을 쉬는 공백기동안 틈틈 웹소설을 읽었었다.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재밌기도 하고 좀 자극적이기도 해서 재밌게 읽었었는데 '나도 한 번 써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 번 써볼까?'


웹소설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분들에게 정말 미안한 소리이다. 아마어로 겨우 한 작품 완결한 나도 너무 힘든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 웹소설을 편, 올렸을 때는 가벼운 마음도 있었다. 스스로 확신하지 못했다. '이러다 중도에 포기하겠지' 내 자신에게 거는 기대치가 매우 낮았다.


처음엔 조회수가 3, 4 나왔다. 16편까지 썼을 때 조회수가 5, 6막 이렇게 나와서 '이거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대부분 10화 넘어가면 출판사 컨택을 받는다는데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절 생기지 않았다. ㅋ

정말 나는 참기 쥐어짜 듯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를 만들어내서 썼는데 이런 조회수라니...내가 그동안 글 좀 써봤다고 '자의식과잉'에 빠져있었나 스스로 반성했다.


'나도 한 번 써볼까?' 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시작을 했으니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은 면하자 싶어서 20화까지는 써보기로 했다.


그러자 어느새 내가 글을 올릴 때마다 3~40여명의 독자들이 꾸준히 들어와 읽고 가는 것이 조회수로 보였다.

역시 나는 관종이었나 보다. 이렇게 관심을 보여주는 독자분들이 생겨나다 보니 포기하지 않고 소설을 쓰게 됐다.


귀찮아서 한 회라도 빠지게 된 날에는 '작가님 재밌어요'라는 응원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힘을 내 쓰기도 했다. 간간히 악플도 보이긴 했다.


60화가 넘어가다보니 드라마기획사와 웹소설출판사에서 컨택이 오기도 했다. 물론 둘 다 신생이고, 내가 워낙 겁이 많은 탓에 일단 거절은 했다만 좀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아! 모름지기 꾸준히 하면 되긴 되는구나"


결국 나는 우여곡절 끝에 100화가 넘은 이야기를 완결을 지었고,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일단 웹소설 한 편을 완결 지으면서 '나도 끝까지 할 수 있는게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뿌듯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웹소설 한 편을 완결지었다는 것을. 비록 무료연재였지만 조회수가 13만이 넘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사실 나의 로맨스소설을 내 주변 사람들이 읽는다는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쑥스럽고 부끄럽다.


그렇게 시작한 백수의 은밀한 취미. 성공적?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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