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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인 Aug 02. 2024

꽃으로 전하는 메시지

그 상징성, 그 꽃이 연결하는 건 결국 사람이었다.

꽃으로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 나를 매료시켰던 포인트였다

꽃을 선물했을 때에, 입가에 자동으로 지어지는 듀센미소

그 듀센미소들을 평소 잘 웃지 않으시는 분들의 얼굴에서 보는 게 주말마다 이 일을 하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공감하는 강력한 동기 같은 거였다. 


FLRY 활동을 하던 중,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시민들의 광화문 시위.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후에 정권이 두번이 바뀌었으니 벌써 한참 전이다) 그 시위의 과정에서 '차벽을 꽃벽으로'를 함께 했던 예술단체와 함께 그 차벽 시위에 진짜 꽃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함께 했다. 



" 소통하지 않겠다고 시민들의 진입을 막는 동선에 위치한 차벽.
그리고 그 차벽에 직접 꽃스티커를 붙이면서 평화롭게 저항하는 시민들

그 시민들의 퍼포먼스에 FLRY가 결혼식장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수거한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줄을 서서 한 송이씩 받아갈 때의 그 짜릿함은 몇 해가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는 저녁이었다. 

 '꽃'이라는 매개체가 사람들에게 주는 감정

 그리고 움직이게 하는 힘의 상징성을 아주 강렬하게 체감했었고, 꽃이라는 걸 아마도 이렇게까지 오래하게 하는 데에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하나의 힘이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알게 되었던 뱅크시 


그 당시, 시위대를 향해 화염병이 아닌 꽃다발을 던지는 그림을 벽에 그리는 뱅크시의 시도는 신선하고 아주 강렬했다. '꽃'이라는 주제가 가진 상징성을 이렇게도 풀 수 있다니, 마치 시민의 진압을 위해 막아서 경찰차에 꽃을 붙이는 것과 같은 맥락에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고 그의 그림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길이 맞고, 사람들에게 주는 힘이 있구나.. 하는 나 혼자만의 위안을 얻기도 했다.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던지는 소년


그리고 몇년이 지나오면서 여전히 나는 꽃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꽃이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지만 그 때의 그 메시지를 던진다는 그 강렬한 감정은 잊고 고군분투하던 중, 오늘 아침 우연히 읽게 된 뱅크시의 전시이야기 (from. 롱블랙)을 보면서 내가 꽃과 함께해온 그 다른 길동안, 그는 끊임없이 세상의 불편함을 마주하며 그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지는 일을 계속해왔구나 하는 반가움과 함께 수년 전에 메시지를 던지는 매개체로 '꽃'을 함께 주목했지만 지금의 나와 뱅크시는 전혀 다른 지점에 있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가까웠던 친구가 멀어진 느낌이어서, 서둘러 그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역시나 즉흥적으로 바로 결정한 전시관람 (문화생활이라니, 무려 2년만?!) 

정신없이 쏟아지는 장맛비, 무더위의 한 여름 중간에 다녀온 뱅크시의 전시는 기대만큼 좋았다.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1139080



사람마다 달랐겠지만, 내가 놀랐던 포인트는 

1. 생각보다 오랫동안, 꾸준히 이 일을 해왔다는 것 

뱅크시가 무려 50중반의 남성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그를 알 즈음은 이미 그가 이런 활동을 하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표현의 행위를 해온지, 15년이 지났을 때. 나는 그가 신선하다고 느꼈지만 내가 알기까지 그는 십수년이 넘는 길을 이 일을 해왔다는 거지. 



2. 메시지를 찾아내고 비틀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에 오히려 주류는 열광한다 

그가,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 직후, 그림을 파쇄해버린 것에 전세계 미술계가 충격을 받고, 난민이 표류할 때 사용하던 구명조끼로 WELCOME이라는 역설적인 문구로 비꼬며 상품화할수록 사람들은 더 반응하고, 존경한다. 예술이 가진 힘은 사실 구구절절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함축성으로 그 어떤 말과 설득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비즈니스로 세상에 무언가 일을 하고자 하는 나의 세계에서는 접근하기도 어렵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그의 영향력이 존경스럽고 새삼 더 부러웠다. 


3. 10년 전에 던진 그의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남아있다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주려면, 결국 그 안에는 진정성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만약 그의 그림이 캔버스위에 그려진 상업예술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의미가 있을까? 그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와 how의 방법들이 이 지향점과 얼라인 되어있었기 때문에 그의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훼손되거나 왜곡되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는, 정말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과 깊게 연결되어 있고 그 기준이 가치판단의 근본이 되는가? 그래야만 시간이 지나도, 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꽃이 사람들에게 주는 일상 속의 힘을 믿고 많은 이들이 꽃을 즐기는 삶을 있게 만드는 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늘 안정적이었던 적은 없지만 요즈음이 동이 트기 직전 새벽이 가장 추운  것처럼 가장 웅크리게 되고 아침에 대한 강한 기대감만큼, 오지 않고 끝내 동사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더 이상 어떤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건네고 전달하는 꽃의 한방의 힘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의 한 줌의 미소, 잔잔한 힐링과 회복을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그 총합이 결국 오늘의 사람들의 삶을 더 의미있고 충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하에 말이다. 


얼마 전 보게된, 70-80대의 노인이 20대의 청년보다 더 행복감이 크다는 연구 결과는 내 상식과는 다른 지점이었다. 내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얼마 남지않은 시간에 대한 온전한 집중과 몰입이 결국 삶을 더 의미있께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역시 결국, 꽃이 하는 일도 

오늘의 나, 계절에 더 집중하고 기쁨의 충만을 만들어낸다는 지점에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이 더 진정성을 갖고 오랫동안 그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새롭게 느끼게 할지 

매일 그것들을 고민하고 실행한다. 그러다보면 그 결과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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