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면 눈을 뜨고 계절에 따라 먹고 즐기고 살아가는 자연스러움
어제는 오랜만에 식물들을 데려와서
오랫동안 천천히 분갈이를 하고 지인을 불러 병충해를 입은 식물들도 돌봐주고
제각기 어울리는 토분에 짝꿍을 지어주면서 오랫동안 식물을 돌보고 공간을 정리하는 하루를 보냈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천천히 집중해서 하는 그 몰입의 시간,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아이들이 캠핑을 떠나 오랜만에 만끽한 자유의 시간)
오늘, 길 끝에서 만난 오랫만에 찾아온 독립서점에서는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절기따라 걷기"라는 제목의 책을 만났다
계절의 속도에 맞춰서 시간의 흐름에 맞춰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 본능,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는 삶은 사실
가장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문명사회에서는 그 순리대로 사는 게 오히려 쉽지가 않다. (그래서 아직 사회화가 덜된(?) 우리집의 아이들은 해가 일찍 뜨니 점점 일찍 눈을 뜬다. 6시부터 요새는 기상이고, 저녁 7시가 넘어도 놀이터에 간다 ㅠㅠ)
다들 그런게 있을까? 별 것 아닌데 이상하게 계속 오랫동안 맴도는 노래나 글귀 같은 것
난 그게 정말, 이상하게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알려준 24절기를 '구슬비'동요에 얹어서 개사하여 외우게 한 노래이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입하 하지 소서 대서...
왜 살면서 써먹지도 않을 24절기를 외우는 시험을 내면서까지 그 노래를 익히게 했는지, 나는 그 노래를 왜 또 거의 3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외우고 있는지.. 주입식 교육의 폐해일 수도 있지만 그때는 몰랐던 그 24절기에 담긴 뜻과 의미를
꽃으로 계절을 담아가는 이 일을 하고서야 비로소 하나씩 곱씹고 알아가는 걸 보면
참, 인생은 살다가도 모를 일이다
평생 써먹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 24절기의 정보를
내가 컨텐츠에 담아내고 계절감이 있는 꽃을 찾아다니고 있을 줄은
초딩인 과거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1년만에 고성 바다에 또, 급작스레 떠나왔다.
시간에 따라 바닷물의 온도가 변하는 것도
밀물과 썰물에 따라 조개가 밀려들어오고 쓸려가는 것도
아침과 저녁의 꽃잎의 벌어짐이 다른 것도
집집마다 열무와 방울 토마토가 열심히 자라고 있는 것도
이 모든 것도 관찰하고 감상할 수 있는
오늘의 하루가 좋고 그렇게 취향이 깊어져가며 나이들어가는 나도 좋다
비록, 이 일이 고되고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절망스러울 때도 많지만
계절을 느끼고 알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알릴 수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해의 길이와, 공기의 내음과 꽃의 향기를 알아가고 그 취향의 깊이를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어서 아마도 이 일을 계속하지 않을까? (망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5-6월, 해가 가장 길고
따뜻한 공기와 비비드한 색감, 생명력이 만연한 이 계절의 충만감에
사진첩을 열어 그 계절의 꽃들을 나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