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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인 Jul 24. 2021

어니스트플라워의 시작, 플리

Flower Recycling에서 시작한 작은 시도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때는 2015년 여름, 성수동의 한 떡볶이집에서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이야기하게 된 해외의 한 단쳬의 운영모델.  Random acts of flowers,라는 이름도 멋진 이 단체는 미국 지역의 소매 꽃집들로부터 폐기하기엔 아까우나 판매되지 못한 꽃들을 수집하여 지역의 노인요양원에 봉사자들이 전하는 활동을 하는 지역 커뮤니티였습니다. 1-2년된 곳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해온 이 단체의 활동을 보면서, 아니 꽃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충격과 함께 그냥 지나갔을 수도 있었는데 며칠 동안 계속 마음 속에 그 단체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고 궁금해졌습니다. 


왜 우리나라에는 없어? 그럼 내가 해볼까?


첫 직장생활에서 너무 피폐해진 나(?)자신을 돌보기 위해 꽃을 취미로 배우기 시작하고 가끔 주말 오전에 꽃시장에 다녀오기도 했던 경험이 있어서일까?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촉촉해지고 한편으로는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못하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죠. 


즉흥적이고 급한 성격 탓인지 이런 생각은 그럼 내가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어져서 직접 친구의 지인 결혼식에 찾아가서 시작해본 것을 계기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함께 할 기부자, 봉사자들을 모집했죠. 

다들 이런 걸 생각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막상 이런게 있다고 하니 예상한 것과 다르게 정말 많은 분들이 순식간에 신청해주셨고 지지,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조금 더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여기에 몰입해보아야 겠다하면서 2016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지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길어졌지만, 사실은 특별히 거창한 생각이나 깊은 고민에서보다는 우연히 들었던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고 그 실행에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하나의 Flower Recycling이라는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은 저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어니스트플라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하는 방식, 접근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 일년 정도 어떻게 되나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우연한 기회에 Google Impact Challenge Korea 에 덜컥 top10에 당선이 되면서 조금 더 진지하게 더 많은 사람들과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구글임팩트챌린지 최종경선에서 FLRY봉사자들과 장미란 선수와 함께 기념촬영



몇 번의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다 찾아온 어니스트플라워


어디든 그렇듯이, 시작하고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힘듦, 믿고 함께 해왔던 봉사자들과의 관계에서 어디까지 기대하고 도와달라고 해야하는지에 대한 어려움들이 늘 남아있었고 결국은 이 일을 얼마나 오래, 내가 계속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게 되죠. 좋은 일에 따라 시작했지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좋은 인재들이 와서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던 한 사람으로서, 이 사업모델로서의 끝이 내 개인적인 미션과 맞닿아 있을까...에 대해서 확신보다는 좌절감이 점점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비영리 단체로 시작하면서 부딪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통의 고민에서, 단독의 수익모델을 찾아보려는 생각에 여러가지 고민과 시도 끝에 어니스트플라워의 모델로 비로소 제대로 시작하게 됩니다. 


FLRY를 했었으니까, 접근부터 뭔가 다르고 특별하고 싶었어요


2017년 당시, 꽃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던 곳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잘 하는 곳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예쁜 꽃다발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일상에 정말 꽃다발이 아닌 '꽃'이 들어갈 수 있을까 항상 궁금했습니다. 왜 외식을 하면서도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식사는 생각하면서, 꽃은 왜 단순히 사치재, 특별한 날에만 소비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아예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했고 그 생각의 끝, 

결국 꽃도 야채, 과일처럼 "재료로서" 직접 내가 원하는 대로 고르고 

내 방식대로 꽂고, 연출하고 시도할 수 있게 접근하게 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저는 플로리스트는 아니지만,
어쩌면 그래서 다른 시각으로 꽃을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제가 꽃을 전문적으로 좋아하는 플로리스트일 거라는 선입견(?) 혹은 기대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막상 저는 취미로 꽃을 배워본 정도 수준이고 재능이라고는 1도 없는 슬픈 똥손 중의 하나입니다. 

신혼집에 곳곳에 놓여져 있었던 꽃들, 특별히 재주가 있지 않고 게으른 탓에 주로 쉬운 꽃들 위주로 꽂아둠


취미로 좋아했던 처음의 꽃은 힐링과 무언가 일과 다른 무언가에 대한 몰입의 대상이다면 

FLRY에서의 꽃은 정말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소통과 나눔의 매개체였습니다.


그리고  HONEST를 통해 접근하게 된 꽃은 밭에서 자라고 농부들의 고민과 땀, 계절이 함께 담긴 수확물이자 누군가의 일상에서 저마다의 색을 빛나게 될 값진 재료였습니다. 아직도 처음 농장에 가서 꽃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땅에 붙어 자라나는 생명으로서 새롭게 접한 순간이 기억납니다. 


만약, 제가 플로리스트였다면 아마 요리사에게 좋은 재료인것처럼, 

꽃다발, 꽃바구니를 만들기 위한 좋은 재료로서의 꽃을 늘 생각하고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요

재주가 없는 대신, 오히려 우리팀에게 꽃은 


꽃을 좋아하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하였던 일은 

단순한 개인 프로젝트에서 비영리법인, 그리고 이제는 별도의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훨씬 (?)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 바뀌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같은 꽃이지만 

어떤 시점에 만나서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면이 보이고 알게 될수록 호기심과 탐구와 고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사업을 할 마음으로 접근했다면 절대 시작도 하지 않았을 어려운 주제이지만, 

그만큼 개선하고 싶은 것, 놀랍게도 너무나 낙후되어 있는 부분들도 많이 보였고 시장에서 만들어나가고 싶은 변화와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또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 





어니스트플라워, 플리 무엇이 공통점일까?


돌이켜서 생각해볼 때에 어니스트플라워와 플리의 시도들은 꽃이라는 주제 이외에도 

몇가지 공통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꽃을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소통'의 과정에서 접근하고 있어요

FLRY에서 결혼하는 부부, 봉사자, 그리고 기부처에서 그 꽃을 받는 분들 간에 누가 어떻게 보낸 꽃이고 그 과정에서의 연결과 소통이 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기쁨의 가장 큰 부분이었어요

HONEST FLOWER에서는 꽃 자체가 신선하고 건강하게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덤으로 농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상상할 수있게 연결하는 요소들이 고객들이 특별하게 느끼는 경험입니다. 

FLRY에서 꽃으로 만나고 마음을 전하게 되었던 사람들 


그리고, 기존의 시선에서 꽃과 관련한 value chain에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에 주목합니다.


꽃을 오랫동안 경험해온 사람들도 대부분 생각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농산물이 그렇듯이 

유통 (도-소매) - 플로리스트 - 꽃다발 일거에요 

플리에서는 웨딩에 사용되고 난 후 폐기 직전의 꽃에 주목하였고 

어니스트에서는 유통에 오기 전에 땅에서 자라고 있는 생물로서의 꽃, 

그리고 무엇보다 정성들여 키우는 농분들과 함께 파트너를 새롭게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꽃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대중들의 시선 또한 

특별한 날의 사치재로서의 '꽃다발'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가길 바랬습니다. 



온라인으로 꽃을 산다구요?

실물을 보지 않고 사람들이, 졸업식도 아닌데 그냥 꽃을 산다고요?

그것도 온라인으로 일반 사람들이 꽃을 주문한다는 것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했던 첫 시작. 

플리에서 그럼 우리가 해볼까 같은 첫 시작은 

2017년 말, 처음 시작했던 시점에도 동일하게 발단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농장 직송을 하기 위해 

무작정 협회에 가서 우리가 하려는 것을 소개하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개념적인 소개와 궁금해하시던 농부님들을 하나둘 만나러 농장에 발을 들여보면서 

흘러오다보니, 어느덧 농부님들의 얼굴, 이름, 정성껏 키우던 꽃을 담아 

부지런히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꽃을 전하려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어니스트플라워와 함께 해온 분들, 그리고 손길이 닿은 제철꽃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믿고 사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실제로 바꿔오는 데에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동안 믿고 함께 어니스트플라워를 만들어주고 1박스여도 정성들여 포장해주신 감사한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서비스가 존재하고 성장해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생각했던 변화들을 만들어갑니다.



꽃이 주는 감정적인 힘, 몰입과 위로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힘을 경험했기에 어쩌면 지난 5년의 시간동안 

코로나로 인해 FLRY활동이 중단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꽃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과 계절이 주는 변화를 경험하며 사는 것에 대한 가치를 두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모두의 일상에 꽃과 식물이 함께 하는 것, 
그래서 모두의 오늘이 조금 더 풍요롭게 되는 것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이 한 길을 계속 걸을 줄은 몰랐고, 지금도 이 변화가 

언제쯤이면 정말 만족할 만큼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제까지 그랬듯이, 

새로운 시도에 거침없이 도전하며

일단 해보지 뭐, 정신으로  

앞으로 그 방향을 조금은 더 자신있게 

더 빠르고 열심히 만들다보면 어느 새 조금 더 그 꿈에 가까워져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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