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자기 학원을 안 가겠다고 선언했다.
어차피 학원에서도 공부 안 하고 잠만 자기 때문에 다닐 필요 없다는 것,
집에서도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혼자서는 절대 공부할 수 없는 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중간고사는 성적이 꽤 잘 나왔다.
올 A도 기대해 볼 만한 성적이었다.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또 윽박지르고 말았다.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스스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언젠가 더 큰 벽에 부딪힐 거야.”
중2, 1학기 기말. 학기 성적이 좌지우지되는 중요한 시험이다.
그래서 더 불안했고,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하지만 그 불안과 기대가 아이를 억지로 학원에 묶어두면
오히려 더 ‘스스로 할 줄 모르는 아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히 학원을 끊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이번 시험, 올 A 못 받으면 다음엔 엄마 말 들어야 해.”
아이도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다.
조건을 지킬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기회를 줘야 했다.
스스로 부딪히고, 느끼고, 생각할 시간.
지금 겪지 않으면 더 늦게, 더 크게 무너질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설득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아이의 태도는 심각하게 느슨했다.
가끔 조언을 하면 모두 잔소리로 흘려버린다.
“선생님이 이상해서 시험 망칠 듯.”
“시험 쉬우니까 개념만 외우면 돼.”
“이미 수행 망쳐서 시험 잘 봐도 소용없어.”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 자존심을 내세운다.
헛소리를 늘어놓는 모습에 화도 나고, 기가 막히고,
그런 아이를 또 내가 책망하고…
결국 시험 첫날.
수학을 망치고 돌아온 아이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꾹 참고 한참있다 말을 걸었다.
“시험 망쳤어?”
아이는 짜증을 마구 내뱉는다.
또 참지 못하고 잔소리가 폭발했다.
시험지를 보자고 하니
“반으로 찢어서 가방에 넣었는데 없어졌어.”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 본인은 또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 참았다.
“이제 잊고 내일 시험 준비하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이는 집중하지 못했다.
아이를 도서관에 보낸 뒤, 가방을 열어보았다.
시험지는… 정말 난도질당한 듯 찢겨 있었다.
한 장 한 장, 갈기갈기.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느껴졌다.
화, 자책, 자존심, 두려움.
한숨과 함께 그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화가 나면서도 안쓰러웠다.
얼마나 속상하면 이렇게 찢어두고 없어졌다고 거짓말을 할까.
내일 시험을 망치더라도
오늘 이 마음만은 회복시켜주고 싶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잔뜩 먹여야겠다.
그래야 조금은 나아지겠지.
오늘은 이렇게 무너졌지만,
과연 내일은
아이의 감정도, 나의 기대도 조금 회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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