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생존 게임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이 말을 아이에게도 직접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집에서 하는 거라곤,
냉장고 뒤적뒤적 꺼내 먹기,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 동안 안 나오기, 침대에 푹 파묻혀 잠자기.
그게 다다.
답답하고 한심한 생활습관을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우리 집 생존 게임’.
솔직히 사춘기 아이에게 이게 먹힐 리가 없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남자애한테 게임은 생명줄 아닌가? 이건 무조건 먹히겠지!’
부푼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
물론 오래가지 않으리란 건 이미 예상했다.
그래도 며칠은 버티겠지.
하다 안 되면 같이 규칙을 조금씩 바꿔가면 되지 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큰 오산이었다.
아이는 학교 다녀오자마자
“엄마, 머리 아파…”
말을 툭 내뱉더니,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버린다.
"약 먹고 쉬었다가 괜찮아지면 해." 분명 말했는데,
4시간을 내리 자는 너, 어쩌지?
“이럴 거면 시작도 하지 말 걸…”
나는 괜히 허공에 중얼거리며, 후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니 불안감이 훅 올라오고, 화가 부글부글 치밀었다.
결국 밥 하다 짜증, 설거지하다 버럭!
아이를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결국 첫날부터 망했다는 자괴감.
열심히 궁리해서 내놓은 대책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켜지지 않으니, 괜히 무시당한 기분이다.
‘아… 미리 합의도 안 하고 혼자 들이민 게 화근이었나?’
다음날,
오늘은 진짜 머리가 아픈가 보다.
학교 다녀오자마자 아이는 약을 챙겨 먹더니 또 침대에 바로 누웠다.
아프다는데 억지로 시킬 수 있나. 그냥 내버려 두었다.
대신 한마디 툭 던졌다.
“어제 규칙 못 지킨 만큼 빚이 생겼어. 이번 주 안으로 다 갚아야 돼. 하루 늦으면 이자 붙는 거 알지?”
“……”
대답도 없이 아이는 다시 자버렸다.
저녁쯤 깨워 밥을 먹이고 다시 말했다.
“이제 갚아야지?”
“엄마, 집에서는 집중 안 돼서 할머니 댁에서 하고 올게.”
그제야 문제집을 챙겨 현관문을 나섰다.
두 시간 뒤, 해맑게 돌아온 아이.
“다 했어.”
확인해 보니 절반만 풀었다.
“야, 이게 다 한 거야?”
“응.”
“이게 절반인데 뭘 다 했다는 거야!”
다하지도 않았는데 왜 다했다고 온 거지?
그제야 알았다.
이 녀석은 9시 땡 하면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신데렐라 중딩’이었다.
'신데렐라보다 더 한 놈!'
조용해서 방문을 슬며시 열어보니
전기세 아낀다고 형광등도 안 켜고,
다이소에서 산 조명 하나만 은은하게 켜놓고 편하게 침대에 누워 있다.
하아, 꼴 보기 싫다.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줄었다 싶어,
'게임 효과가 있나?" 혹시나 했는데
알고 보니 안 씻은 거였다.
아침도 안 먹고, 씻지도 않고, 그냥 버틴다.
결국 나는 폭탄선언.
“오늘부터 필수사용료 90 코인!”
“엄마아~ 너무 비싸잖아아~~”
“아니, 한 시간에 30문제 풀면 세 시간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못 하겠다고?
다 계산 끝난 거니까 무조건 따라. 안 먹고 안 씻어도 내야 해!”
그러자 아이는
“안 씻어도 돼. 내일 아침에 씻을 거야.”
“야, 어릴 땐 양치 안 했다고 자다 깨서까지 씻던 애가 이제는 24시간에 한 번 씻는 것도 귀찮아?”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얼굴도 모자라 온몸에 여드름이 덕지덕지인데
하루 세 번 씻어도 모자랄 판에, 하루에 한 번도 싫다니.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어야 했나?’
너무 어이가 없다.
나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아직 미성숙하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아무리 재미있고 신박한 규칙을 들이밀어도, 사춘기 아이에겐 씨알도 안 먹힌다.
맛있는 당근을 아무리 흔들어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안 볼 때 슬쩍 당근만 빼먹을 아이다.
사춘기 아이는 스스로 마음먹었을 때만 움직인다.
‘과연 그날이 오기는 할까…?’
나는 오늘도 머리를 싸매며, 새로운 규칙을 또 궁리해 본다.
"넌 대체 어떻게 해야 움직이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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