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네 생일

by RAMJI

너의 아홉 번째 생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너는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도, 반에 컵케이크를 돌리는 것도 한사코 사양했다.


그보다 너는 엄마 아빠의 선물을 기다렸다. 마인크래프트 게임팩과 닌텐도 스위치이다. 너는 이 선물을 거의 4년을 기다려서 이번에 받게 되었다.


4년 전 너는 눈물을 흘리며 엄마를 원망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 하는데 왜 나만 게임을 하지 못하느냐고.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보다고. 남편과 나는 너를 달래며 열 살이 되면 사주겠다 했다. 그 편이 너에게 이롭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나이 세는 방식을 바꾸었을 때 너는 물었다. 바뀐 나이로 열 살이 되어야 하는 거냐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만 아홉 살이 되면 사주겠다고 했다.

너는 안도했다.


너는 자주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세어보고는 했다. 지난달에는 드디어 게임할 시간을 반영해서 계획표를 짰다.


어제 너의 얼굴은 종일 미소로 가득했다. 학교를 마치고 다시 만났을 때 너는 말했다. 일 년을 기다리는 건 쉬웠는데 오히려 하루를 기다리는 게 어렵다고.


어젯밤 너는 드디어 아빠가 퇴근길에 가지고 오신 매끈한 상자를 받았다. 기쁨의 춤을 추고 포장을 풀고 동생과 기기 전원을 켜 보는 너의 모습이 예뻤다.


오늘 아침 너는 말했다. 재밌게 게임을 하는 만큼, 학교 생활도 즐겁게 하고, 숙제도 즐겁게 할 거라고.


마음 한 켠 너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이게 뭐라고 널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을까. 사실 나도 이렇게 오랫동안 참을성을 발휘해 본 적이 없다. 고맙다. 엄마 아빠를 믿고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려 주어서 말이다. 이틀 후 아홉 살이 되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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