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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JI Aug 05. 2024

형제를 위한 곳, 알프스 온천

로이커바트를 거쳐 체르마트로

체르마트로 가는 길에 로이커바트에 들려 온천을 즐기기로 했다. 얼마나 갔을까. 우리는 까마득한 절벽 위 도로를 달리게 되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암벽 터널을 지나기도 했다. 반대 방향에서 온 차를 만나면 서로 양보를 해가며 천천히 길을 지났다. 여행 기간을 통틀어 가장 스릴 있는 기억이다. 여행 책자를 보니 겜미 고개를 지났던 거구나 싶다.


정오, 우리는 로이커바트에 도착했고 온천에 입성했다. 어쩌다 보니 꼭대기 층 노천탕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 물은 적당히 따뜻했다. 주로 어르신들이 차분히 앉아 월풀을 즐기고 계셨다. 눈을 들면 이름 모를 알프스 산의 한 자락을 대면할 수 있었다. 한적한 편이었다. 겨울에는 붐비려나.


긴 팔과 긴 바지 수영복에 물안경을 쓰고 개헤엄을 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암만 봐도 이곳과 맞지 않아서 한 층 내려갔다. 그제야 미끄럼틀이 있는 탕이 나타났다. 심심해 형제는 배 고픈 것도 잊고 물놀이를 했다. 특히 3~4층 높이의 계단을 올라가 맨몸으로 또는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워터 슬라이드가 있었는데, 형제는 물론이고 나에게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봅슬레이 선수가 된 듯한 느낌!


몇 시간 후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아름다운 자연은 이제 예사가 되어 내 입은 더 이상 감탄사를 뿜어내지 않았다. 우리는 타쉬역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는 셔틀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로 이동했다. 오른편에 개천이 흘렀다. 빨래 세제를 풀어놓은 것 같은 땟국물의 옥빛이었다. 체르마트는 자동차 소음이 없는 도시였다. 조용한 것이 어색하고도 반가웠다.


예약해 둔 숙소의 체크인 과정은 조금 과장하면 007 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 먼저 옴니아 호텔까지 걸어갔다. 호텔 엘리베이터에 비밀번호를 넣었더니 문이 열렸고 꼭대기 테라스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감탄할 만한 풍경과 함께 딴 세상 같은 주택가가 나타났다. 다시 100미터를 걸어 올라가니 숙소가 나타났다. 입구에 네 개의 우편함이 있었다. 그중 세 번째 우편함을 열었더니 안에 열쇠 금고가 있었다. 또다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키를 얻었다. 이게 뭐라고 긴장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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