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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Dec 01. 2023

삶과 죽음

입자들의 향연과 흩어짐



그래 살아있다는 것은 오히려 특별한 형태니까.


우주의 대부분은 죽어있고, 생명체의 존재도 지구 외에는 발견되지 않으며, 죽어있다는 것이 기본값인 이 우주에서 살아있다는 것이 오히려 특별하고도 이상한 형태이다. 이 넓고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득실득실하고 시끌벅적하며 무언가가 살아있는 존재는 아직까지 나사가 발견하지 못한 이상, 인간이 거주하고 있는 지구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탄생했다가 죽고, 제 몫만큼 살다가 어느 순간 이 세계를 떠난다. 인류가 존재한 이래 수십 억 년 동안 반복해 온 삶의 이치이지만, 마치 영원할 것처럼 내 곁에 붙어있던 존재들이 사라지고 나면 나는 이 당연한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 마음에는 큰 구멍이 나버린 듯 공허함만 자리 잡고 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별을 한다. 학창 시절 반나절을 붙어있었던 친구들과는 연락이 점점 소원해지고, 초등학생 때부터 늘 저녁밥상을 차려주셨던 친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나셨다. 하교하고 틈만 나면 즉석떡볶이를 먹었던 친구들과는 시간을 쪼개야 일 년에 겨우 한 두 번 만날 수 있고, 돌아가신 할머니와는 이제 꿈속에서 말고는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


아주 가까운 존재가 죽으면 남아있는 주변인들의 삶 또한 피폐해진다고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대화하고 눈을 마주치며 숨을 쉬던 존재가 하루아침에 증발해 버리고 나면, 그때 느껴지는 ‘소멸’에서 오는 기분은 매우 이상하고도 오묘하다.


HUDF,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우주 공간


우리의 숨이 거둬지면 몸은 썩어 없어지고 우리를 조성했던 입자들은 알알이 흩어져 우주의 일부가 되어 때로는 나무가 되고 때로는 별이 되어 다시 무언가의 형태로 탄생한다. 그렇게 ‘나’라는 주체는 이번 생애에서는 종결되지만 우리의 구성물인 입자들은 다시 다른 집합체로 재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죽어 없어진다’는 것, 딱딱한 과학의 언어로 봤을 때는 그저 입자들의 향연과 흩어짐일 뿐이겠지만, 그렇게 정의 내리기엔 우리가 느꼈던 감정과 추억들이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져 불쌍해진다. 부모와의 애착, 친구들과의 우정, 연인과의 가슴떨림 등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기억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이렇게 상상만 해도 두려운데 먼 훗날 내 피붙이인 가족과, 함께 정을 나누었던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현실이 되는 날에는 그 부재가 얼마나 나를 괴롭힐지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루나파트 웹툰 중


어쩌면 나는 죽음 그 자체에서 오는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있던 존재들의 소멸이 두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때 나를 사랑했던 것들과
한 때 나를 지켜주던 눈빛이
한 때 나를 덥혀주던 온기와
한 때 나를 보살피던 그 집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되어
무너져가는 꿈들이 되어
흩어져가는 우주의 저 먼지들처럼
다시 만날 수가 없다네

짙은-사라져 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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